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장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임명하면서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가 첫발을 무난하게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대표와 공동으로 새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안 대표는 인수위원장을 맡으면서 윤석열정부 5년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안 대표는 또 윤 당선인과 향후 공동정부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가질 전망이다. 당선인과 한때 경쟁했던 대선 후보 출신 인사가 인수위원장에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안 대표는 코로나19비상대응특위 위원장도 겸직한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안 대표를 배려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안 대표와 손을 맞잡고 공동정부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지난 3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인수위 과정에서부터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국민통합정부를 향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고 환영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공동정부를 향한 윤 당선인과 안 대표 간 약속과 신뢰의 첫 결실로 평가한다”며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보다 나은 정부로의 이행을 위해 안 대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인수위원장으로서 행정 경험을 쌓으며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안 대표는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거론된다. 그는 주변 인사들에게 “차기 정부에서 행정 관련 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 운영에 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인수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과 갈등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에 공동정부 초기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당선인 측은 안 대표의 인수위원장 인선 과정이 무난하게 이뤄졌다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 측 핵심 인사는 “시작은 잘됐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이견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안 대표 측과 잡음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한 의원은 “인수위를 둘러싼 마찰이 잦을 경우 국민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물론 6월 지방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인수위’의 인사 기조는 경륜과 실력이다. 윤 당선인은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는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 하지, 자리를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통합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영호남 지역 안배나 여성 할당제 등 ‘구색 맞추기식’ 인사는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정부가 ‘여성 장관 비율 30%’ 등을 내건 것과는 차별화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윤 당선인과 안 대표 스타일이 너무 다른 것이 걱정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인수위 살림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안 대표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갖는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인수위 기획위원장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당선인은 14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연수원 당선인 집무실에서 안 대표와 권 부위원장, 원 기획위원장과 티타임을 갖는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상견례 겸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자’는 각오를 다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손재호 이상헌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