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도 고통’ 코로나 사망 폭증에 화장터도 부족

입력 2022-03-14 00:02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국민일보DB

지난 12일 오후 3시 경기도 고양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이날 마지막 차수 화장이 진행됐다. 딸 사망 나흘 만에 치러진 화장을 바라보는 우기순(72)씨 얼굴에는 복받치는 슬픔과 함께 안도감이 교차했다. 딸을 더 이상 시신을 보관하는 찬 냉장고에 두지 않아 다행이라는 것이다. 우씨는 “앞도 못 본 우리 딸, 내가 잘 보살펴준 걸까”라며 흐느꼈다.

우씨는 지난 8일 시각장애인이었던 첫째 딸 서영선(49)씨를 코로나19로 잃었다.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던 서씨는 사망 당일 아침에도 평소처럼 식사하고 할머니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 뒤 방으로 들어간 그는 오전 11시30분 침대에 엎드려 누운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급히 경기도 남양주의 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이송된 서씨는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씨 사망신고서에도 사인은 ‘코로나19’로 적혔다.

황망한 죽음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가족들은 화장 예약을 잡지 못해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데 애를 먹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연일 200명대를 기록할 정도로 크게 늘면서 화장장이 포화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서울시립승화원 화장 예약은 서씨 사망 이후 5일 동안 꽉 차 있었다. 장례업체 관계자는 “3일장을 원한다면 경기도 성남 쪽 화장장 예약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정 화장’을 하려면 운구 비용만 100만원 이상이 들었다.

우씨는 화장을 예약한 날까지 서씨를 안치실에 두기로 했다. 다행히 화장터 예약 취소분이 생기면서 8~9일은 장례식장 안치실에 서씨를 두고, 이후 10~12일 3일간 빈소를 차리는 방식으로 장례를 앞당겨 치를 수 있었다. 우씨와 가족들은 처음 이틀도 차마 안치실을 떠날 수가 없어 사실상 5일장을 치렀다.

한 장례업체 관계자는 13일 “5일장과 6일장은 예사고 7일 이상 장례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승화원 서울추모공원 2곳은 17일까지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장례업체와 요양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을 일반 화장이 끝난 오후 5시부터 진행했지만 지난 1월부터는 별도 시간 구분 없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 바람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경우의 장례도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화장 대기 수요가 몰렸고 장례 절차가 지연되는 것이다. 서모(48)씨의 시아버지는 지난 3일 노환으로 숨졌다. 하지만 화장장 예약이 꽉 차 급한 대로 돈을 더 들여 경기도 성남의 화장장에 화장을 예약했고 일정에 맞춰 4일간 빈소를 차렸다.

장례업체를 운영하는 박웅비(35)씨는 “유족 중에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장례식장에 남아계신 데 우리끼리 나가 있을 수 없다’며 비용이 더 들어도 화장 일정에 맞춰 빈소를 길게 차리는 경우도 있다”며 “4일차 이후는 더 이상 올 조문객도 없어 텅 빈 빈소에서 가족들만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양주=한명오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