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n번방 성착취’ 실태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민주당은 비대위원 절반을 20, 30대 청년과 여성으로 구성했다. ‘청년·여성’을 앞세워 대선 패배를 빠르게 수습하고 6월 지방선거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불법·불의에 저항하고 싸워 왔다”며 “이번에 다시 맨얼굴과 실명으로 국민 앞에 서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을 대표하는 결단과 행동이야말로 민주당에 더없이 필요한 소중한 정신이자 가치”라고 박 공동위원장 선임 이유를 밝혔다.
박 공동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쇄신을 바라는 당 안팎의 요구와 저를 믿고 입당해 주신 당원분들이 계신 만큼 숙고 끝에 수락하게 됐다”며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 내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 성희롱 등 성범죄 비위와 관련한 무관용 원칙을 세우는 게 첫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과 여성의 공천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다양한 세대와의 소통 능력을 가진 분들이 공천될 수 있도록 새로운 공천 평가·심사 기준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대위 청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권지웅 민달팽이 협동조합 이사와 청년창업가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가 비대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응천·이소영 의원, 배재정·채이배 전 의원도 비대위원으로 선임됐다. 윤 위원장은 “청년·여성·민생·통합을 원칙으로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 지었다”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 쇄신파인 조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대위원직 수락의 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5년간 조국 사태와 시·도지사들의 성추행 사건, 윤미향 사건, 위성정당 사태 등을 거치며 우리 당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민주당은 더 개혁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 세력으로 인식됐다”고 대선 패배 원인을 진단했다. 이어 “처절한 반성을 통한 근본적 쇄신만이 다시 우리 당이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비대위’ 체제가 첫발을 뗐지만 당내에선 비토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선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윤 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며 윤 위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춘숙 의원도 “대선 패배의 책임을 함께 질 수밖에 없는 공동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건 극히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안팎에선 문재인정부와 확실히 선을 긋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번 선거의 패인이 정권교체 여론이었던 만큼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강화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방선거를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당내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인사인 윤 위원장에 대한 비토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윤 위원장은 이에 대해 “선거를 지휘한 지도부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제가 어떤 일로도 그 책임을 벗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선거를 80일 앞둔 상황에서 비대위를 개편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전임 지도부의 판단을 의원총회에서 충분히 설명드리고 양해를 얻었다”고 말했다.
정현수 안규영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