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65·사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채용 비리 사건과 관련한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회장 취임을 앞두고 한고비를 넘겼다. 함 부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됨으로써 회장 선임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에 함 부회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다만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금융감독원 징계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선고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또 지난 11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채용 비리 사건 역시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문제 될 만한 리스크는 이미 해소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DLF 사태 관련 금융당국 중징계에 불복한 소송에서 지난해 승소한 점 등이 함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은행권 ‘고졸 신화’로 불리는 함 부회장은 2015년 9월부터 3년여간 하나은행 초대은행장을 지내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화학적 결합에 힘썼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대 은행 중 최고의 당기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함 부회장이 2016년 3월부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맡으면서 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 이행, 디지털 전환 등을 주도한 점도 후보 추천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3조원을 돌파했으며, 하나금융 비은행 수익은 2016년 3482억원에서 지난해 1조26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함 부회장은 이달 임기를 마치는 김정태 회장 후임 후보로 지난달 8일 낙점됐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최근 함 회장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지만 큰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3일 “ISS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호 지분 찬성표를 얻어 연임했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례도 있다. 무리 없이 회장 선임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