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늘길 막히자 횟집서 연어가 사라졌다

입력 2022-03-14 04:03
소비자가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연어를 살펴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 영향으로 연어 가격이 치솟고 있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그동안 러시아 상공을 경유하는 항로를 이용했다. 우회항로를 이용하면서 운임비 부담이 커졌다. 연합뉴스

인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치솟는 연어값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연어가 참치 다음으로 비싸졌는데 손님들 불만을 살 것 같아 가격을 못 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연어 수급량이 예전보다 70%로 떨어졌다. 대형유통사와 비교해 구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급이 더 불안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연어, 명태 등의 수산물 가격이 뛰고 있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러시아 하늘길’ 봉쇄가 자리한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수입 연어의 95%가량을 차지하는 노르웨이산 연어는 주로 러시아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한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금지했고, 러시아도 이에 맞춰 자국 영공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영공을 이용하던 항공화물들이 우회 항로로 몰려들고 있다. 이는 운임 상승으로 직결된다. 노르웨이산 연어도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서 ‘운임 상승→가격 인상’이라는 경로를 밟고 있다.

13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주간수산물동향에 따르면 이달 1주차(2월 28일~3월 5일)에 연어 가격은 ㎏당 1만31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400원)보다 14.9%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가격인 1만1100원과 비교하면 18% 상승했다. 한 대형마트에선 노르웨이산 생물 연어 가격이 일주일새 ㎏당 3만9800원에서 4만7800원으로 1만원 가까이 비싸졌다.

횟집, 일식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연어 메뉴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연어전문점은 ‘국제유가 상승과 항공운송 문제로 연어 가격이 폭등해 당분간 연어생선회 일부 메뉴 주문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인천 서구의 한 일식당 관계자도 “통관되는 연어가 극소량이라 당분간 연어가 동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입고되더라도 단가가 배가량 올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연어뿐만 아니다. 러시아산 비중이 큰 수산물 가격도 치솟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산물 수입량 637만4493t 가운데 러시아산은 8%(48만9708t)를 차지했다. 중국(90만1946t)에 이어 두 번째다. 러시아산 명태(7통, 21.5㎏)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지난 7~11일 평균가격이 4만100원에 달했다. 지난달 7~11일 가격(3만6400원)과 비교해 10% 뛰었다. 러시아산 활 왕게 가격도 ㎏당 6만9400원으로 같은 기간에 16% 상승했다.

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