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소상공인 피해 보상의 가장 큰 현실적 걸림돌로 ‘물가’가 꼽힌다. 3%대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리면서 물가를 자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크게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코로나19 출구전략을 짜야 하는 것도 숙제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담은 추가경정예산 규모는 추경 사상 최대인 50조원이 될 전망이지만 현재로선 재원 마련 방안이 정해진 게 없다. 윤 당선인은 본예산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사업 항목을 꼽지 못했다. 4대강 사업 예산의 배를 넘는 50조원 규모를 갑자기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13일 “사실상 추가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선거 이전에 공약한 것도 선거 이후에는 다시 원점에서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결국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이는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하며 5개월 연속 3%대 고물가를 이어갔다. 경제성장률이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50조원이라는 돈이 시중에 풀리면 통화 가치가 하락하며 물가를 급등시키는 방아쇠가 될 공산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현황 역시 부담을 더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는 형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추가 금리 상승 압력이 생기게 되고 이는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방안도 있지만 너무 급격히 올리면 경제 부담이 크니 재정 지출 면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출구전략에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를 최소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첫 추경 기준 50.1%까지 올라섰다. 역대급 추가 세수도 국가채무비율이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39.7%) 대비 10.4% 포인트나 커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경제성장률 반등과 함께 출구 전략에 돌입한 미국·프랑스 등 타 선진국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을 키워 국가 재정을 든든히 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 위기 이후로는 무역과도 연계되는 기후위기가 중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선도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신준섭 이종선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