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중한 무언가가 생기면 그것을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남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찾으려 노력하고, 보고, 들으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하나님을 더 알고 싶을 때 설교말씀도 듣고 성경공부도 하고 신앙서적도 찾아서 읽는다. 그 중에서도 하나님을 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요한복음 1장 1절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처럼 하나님 자체이신 ‘성경’을 보는 것이다. 오늘은 말씀을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최초로 성경필사 노트를 만들어 세계를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회복시키는 사역에 앞장서고 있는 출판사 물댄동산 김미혜 대표(34)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7년째 꾸준히 성경필사를 해오고 있다는 김 대표에게 필사를 시작한 계기를 묻자 김 대표는 “교회를 나가면 나갈수록 하나님을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알면 하나님을 더 잘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꼼꼼한 성격 탓도 있는데 성경1독 보단 성경필사가 더 자세히 성경을 들여다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성경필사를 시작하게 됐다”라며 “성경필사 하는 시간은 나의 전부를 하나님께 공유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고 만나는 사람들, 하는 일, 전부를 하나님께 묻고 답을 구한다. 필사는 내 삶의 원동력이다”라고 성경필사에 대한 계기와 의미를 설명했다.
일찍 철이든 중학생 소녀
하나님을 만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집안에서 태어나 참 많은 일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 집안을 만져주셨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 안양에서 살다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친할머니가 계신 군산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부모님께서는 바닷가에서 일자리를 얻으셔서 바쁘게 지내셨다. 두 분 모두 일하시느라 바쁘셨지만 화목했다. 아빠가 항상 학교에도 데려다주시고 용돈도 넉넉히 주셨다. 6학년 때에는 남동생도 태어났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서 집안 형편이 점점 안 좋아졌다. 아버지께서는 사업하신다고 집에 잘 안 들어오셨고 생활비도 못 주실 형편이 됐다. 그래서 엄마 혼자서 3남매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셨다. 그렇게 엄마가 일을 하시느라 바빠서 남동생을 잘 못 돌봐 줬는데 어느 날 집에 항상 혼자 있는 남동생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혼자 놔두고 학교에 못 가겠어서 기저귀 가방을 가지고 학교에 업고 갔다. 고생하는 엄마를 보면서 이때부터 가족을 지켜야겠다라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백혈병
이어 김 대표는 “어느 날 피가 나기 시작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피가 멈추질 않았다. 그 당시에 엄청 마르고 이유모를 멍들이 몸에 많았다. 그냥 허약해서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양호 선생님께서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큰 병원이 전북대학교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에서 백혈병을 발견하게 된다. 정확한 병명은 골수이형성 증후군이다. 이 병은 주로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병으로 그 증상 중 하나가 몸에 멍이 드는 거라고 한다. 아픈 데도 없었고, 친구들과도 잘 뛰어놀던 나에게 갑작스럽게 백혈병이 찾아왔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골수 검사를 하는데 너무 아팠다. 정말 너무 아파서 이가 부서져라 악물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엄마를 부르신 하나님
김 대표는 “백혈병으로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난 뒤에 남동생이 성인 허리 정도 오는 흙탕물에 빠져 죽기 직전의 상태까지 갔다가 며칠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일이 있었는데, 이런 일들을 통해서 엄마가 하나님 앞에 바로 엎드렸다. 하나님께서 엄마를 불러주셨고, 이는 우리 집에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는 사건’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하나님께선 김 대표의 백혈병을 고쳐주셨다. 김 대표는 “나에게도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났다. 아직 약물 치료를 하고 있을 때라 정기적인 검사를 받고 있을 때인데 의사 선생님께서 엄마와 저를 부르시더니 저에게 완치 판정을 내려주셨다. 믿기지 않고 꿈만 같아서 몇 번이고 물어봤다. 그렇게 백혈병에서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그땐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때라 완치 판정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서 하나님께 감사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업 실패를 통해 찾게 된 교회
하지만 하나님께선 사업 실패를 통해 김 대표를 하나님 앞으로 부르신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 꿈꾸던 방송 코디네이터로 취직을 했지만 적은 월급 탓에 동대문 도매 시장에서 일을 하면서 몇 년간 돈을 모아 지인과 동업을 시작하게 된다. “친한 언니와 같이 동업을 했다. 장사가 너무 잘됐다. 돈도 많이 벌게 되고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놀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엄마가 서울에 오셔서 교회에 나오라고 수없이 이야기하셨는데 당시엔 노느라 그 얘기가 안 들렸다. 그런데 그렇게 6개월쯤 장사를 하고 있었을 때 동업했던 언니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떠나겠다고 통보를 했다.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언니가 떠나게 되면서 가게는 한순간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월세도 못 내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러다 결국 폐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런데 혼자서 사업정리를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때 엄마가 나서서 도와주시면서 평소와 같이 ‘교회 나가자’라는 하셨는데 이번엔 엄마의 말을 따라 새벽기도를 나갔고 매일을 울면서 기도했다. 그리고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돈을 폐업 감사헌금으로 드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의 기도가 내 가게 망하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엄마의 기도대로 가게는 망했고 대신 나는 교회를 나가게 됐다”라며 김 대표는 교회에 다니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하나님을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탄생하게 된 필사노트
필사 노트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김 대표는 “교회를 출석한 이후 교회에서 봉사도 하고 새벽기도도 나가면서 믿음 생활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말씀을 매일 들으니 하나님이 너무 궁금해졌다. 어떤 분이신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필사에 도전하게 된다. 먼저 필사할 노트를 사고 창세기부터 필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몇 장 못 쓰고 중단하고 만다. 필사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것이다. 그렇게 새해만 되면 필사에 도전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게 된다. 포기할 만도 한데 필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아 필사하기 쉽게 아예 직접 편집해보기로 했다. 성경을 봤다가 노트를 봤다가 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성경 본문을 가위로 오려 노트 위에도 붙여보고, 아래에도 붙여보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그리고 그렇게 프린트를 해서 써봤더니 너무 잘 써졌다. 본문이 같이 있으니 필사하기가 너무 쉬웠다. 그래서 여러 장을 복사해놓고 그걸로 노트를 만들게 됐다. 아시는 사업가 지인이 이 노트를 보시더니 아이디어가 너무 좋다면서 많이 만들어 팔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필사노트를 만드는 출판사를 열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선택 중 가장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성경필사‘를 시작했다는 선택이다”며, “이 필사 노트가 하나님을 알고 싶어 하는 내 열정에 대한 기도의 응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다음 세대에게 격려의 메시지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보다 기존에 교회를 다니고 있는 분들이 먼저 성경을 절대 놓지 말고 꼭 하나님을 알아가는 데 힘쓰셨으면 좋겠다. 일독이든 필사든 뭐든 다 좋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데 우선을 뒀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 대표는 앞으로의 비전을 묻는 말에 대해 “성경을 필사하며 전 세계를 다니고 싶다. 성경필사를 권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내가 필사를 통해서 받은 은혜를 나누고 싶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이 성경필사를 진정으로 사모했고, 많은 분들에게 성경필사를 통해 하나님을 알리는데 힘썼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취재후기
필자가 인생의 좌우명처럼 생각하는 문장이 ‘처음보다 끝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이다. 처음엔 누구나 열심히 한다. 그런데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무언가를 할 것처럼 말은 하지만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사람은 그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야고보서 2장 17절 말씀에도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는 표현까지 되어 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하게 성경필사를 해온 김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을 얼마나 알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백혈병, 사업실패 뒤에 하나님을 만나고 인생 최고의 선택이 ‘성경필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미소 띤 김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 느껴졌다. 우리도 하나님을 더욱 힘써 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