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세대 간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선 한 사람이 평생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 총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3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제7차 미래전망 전문가 포럼’에서 발표한 ‘세대 간 정의 관점에서 본 정치 대표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치 영역에 나타난 중장년층과 청년층 간 대표성 격차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21대 국회의원 중 50대는 전체의 59%, 60대는 23%, 40대는 12.7%로 나타났다. 반면 30대와 20대는 각각 3.7%, 0.7%에 그쳤다. 선출직 정치인 중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지속하면서 중장년층이 과대 대표되는 경향이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국의 중위연령은 1980년 21.8세에서 2020년 43.7세로 높아졌고, 2060년에는 61.2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층 유권자 비율이 커질수록 정책 결정 과정에 청년층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청년층 대표 정치인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세대 간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유권자가 만 18세가 될 때 평생 사용할 수 있는 ‘표의 수’(크레딧)를 받고 선거에서 그만큼만 쓰도록 하는 ‘투표 총량제’를 제안했다. 유권자 개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선거에 원하는 만큼 크레딧을 사용하되 청·장년층 때 표를 많이 행사하면 자연스럽게 노년기에 적은 양의 표를 쓰도록 하는 식이다. 보고서는 “노년층의 인구 비율이 비대해질 미래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