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농산물·러 비료 수출 중단… ‘식량 위기’ 공포

입력 2022-03-14 04:07
지난해 7월 러시아 트빌리스카야 마을 근처 밀밭에서 밀 수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등 곡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두 국가의 전쟁이 세계 식량 위기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AP뉴시스

‘세계의 곡창지대’로 통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식량 공급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식량 생산국들은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며 속속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CNN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이후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는 5월물 연질 적동소맥(고품질 밀) 가격이 앞서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갈아치웠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로 전년 대비 24.1% 올라 1996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세계 2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선 농부들이 총을 들거나 피란길에 올라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농지의 상당 부분은 전쟁터로 변했다. 우크라이나 농업 기업 우크랜드파밍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헤르손, 오데사 등지에서 서울 면적 2배에 달하는 12만 헥타르(㏊)의 농지가 사라졌다. 전쟁통에 실제 파종이 얼마나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 내 식량난을 예방하기 위해 밀 귀리 등 농산품의 수출을 금지했다.

비료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주요 비료 생산국인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이자 수급 안정을 위해 비료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게다가 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가스가 대량으로 필요한 요소 비료 생산설비의 가동률은 유럽 공장에서 45% 급감했다.

각국은 자국의 식량 안보를 명분으로 수출 제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집트는 아랍 지역의 식량 비축량이 충분치 않다며 밀·밀가루·콩 등의 수출을 금지했다. 헝가리도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아르헨티나는 자국 내 밀 공급을 보장하겠다며 ‘가격 안정 제도’ 마련에 나섰다.

FA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곡물 수입을 의존하는 50개국이 영양 부족 문제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료업체 야라인터내셔널의 스베인 토레 홀스터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식량 위기가 올 것인지가 아니라 위기가 얼마나 심각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