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이 지난해보다 20% 더 커질 전망이다. 반도체 공급난, IT기기 수요 증가를 타고 파운드리 분야는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확대하는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TSMC는 ‘3나노 수율 경쟁’을 본격화한다. 이와 달리 중국 업체는 향후 몇 년간 성장 정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이 1321억 달러(약 164조4000억원)로 지난해보다 20%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2019년(21%), 2021년(26%)에 이어 3년 연속 20%대 성장세다.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2019년 7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역성장(-2%)하면서 침체를 겪다가 2020년부터 고속 성장흐름을 타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반도체 부족현상이 심화했고, 코로나19로 노트북 등의 IT기기 수요가 늘면서 첨단 반도체 주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IC인사이츠는 “올해 성장율이 20%를 기록하면, 2002~2004년 이후 가장 강력한 3년의 성장 기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운드리 성장세는 업계 1위 TSMC와 삼성전자를 중심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3나노 공정 진입을 앞두고 수율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수율을 높이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올해 7월로 계획했던 3나노 공정 양산일정을 수개월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하는 만큼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3나노 공정으로 만들 예정이었던 애플 A16 바이오닉 칩셋은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양산으로 TSMC보다 ‘기술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삼성전자도 다급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4나노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의 후속 모델을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데, 낮은 수율 때문에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수율 문제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진행 중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율 확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주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수율 확보가 어려운만큼 TSMC와 삼성전자에겐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IC인사이츠는 2026년까지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정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2020년 7.6%, 지난해 8.5%였다. 앞으로 5년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IC인사이츠는 “정부와 민간의 막대한 투자를 받아 인프라를 확장하겠지만 최첨단 공정에서 경쟁력이 부족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경우 미국 제재로 매출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