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신히 잡은 동해안 산불, 기후변화 대비한 방재로 전환해야

입력 2022-03-14 04:03
경북 울진 지역 산불 현장에서 지난 11일 한 소방대원이 야간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려 213시간 동안 타오른 동해안 산불이 2만4940㏊의 산림을 태우고 겨우 잡혔다. 피해 지역은 서울 면적의 41.2%에 해당한다. 주택 388채를 포함한 시설물 900여곳이 불에 탔고, 수령 200년이 넘은 소나무 8만 그루가 있는 금강송 군락지마저 위험했다. 때 맞춰 내린 비도 도움이 됐지만 거센 불길과 사투를 벌인 주민과 진화 대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거세게 타오르던 동해안 산불이 잡힌 만큼 정부는 신속한 피해 복구에 집중해야 한다. 4000여 가구 7000여명이 긴급히 대피했고, 집이 완전히 불타 갈 곳이 없는 주민도 수백명에 달한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경북 울진, 강원도 강릉·동해·삼척 등 피해지역 주민의 생계 안정과 복구를 위한 각종 지원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장의 복구 및 지원과 함께 기후변화에 맞는 산불 대책도 어서 마련해야 한다. 이번 동해안 산불은 50년 만에 맞는 최악의 겨울 가뭄 탓이 크다. 최근 3개월 동안 강수량은 평년의 10% 수준으로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가장 적었다. 여기에 초속 25m가 넘는 강풍이 방향을 바꿔가며 가세했다. 겨울철 가뭄과 봄철 동해안 강풍은 늘 있었지만 최근에는 매년 강도를 더해가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우,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과 이에 따른 각종 대형 재해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산불 대책이 기후변화에 따른 최악의 상황에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인력과 장비는 부족하지 않은지, 감시와 진화 시스템은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에는 원자력발전소와 천연가스 비축 기지로 불길이 번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