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엽수 많이 심고·간벌목 빼내야 산불 피해 줄일 수 있다”

입력 2022-03-14 04:04
굴착기가 13일 빗속에서 강원 동해시 산불로 소실된 주택을 정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울진·삼척 산불 주불을 잡으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지난 4일부터 열흘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2만4000㏊가 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이번 동해안 산불을 계기로 앞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이번 산불이 역대 최대 피해를 낸 데는 5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겨울 가뭄과 순간초속이 25m가 넘는 강풍이 주요 원인이 됐다. 산불이 번진 면적이 엄청나게 넓었던 점도 빠른 진화를 어렵게 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진화 헬기 등을 한쪽에 집중 투입하기 어려웠고, 산불 현장 상공에 연기가 짙게 끼면서 시계가 극히 좋지 않았던 점도 산불 피해를 크게 만들었다.

열악한 진화 장비 및 인력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밤 시간대에 동원이 가능한 진화 헬기가 거의 없어 야간에는 진화대원들의 힘만으로 불을 꺼야 했다. 특히 경상북도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면적이 넓고 산이 많은 곳이다. 경북은 산림청 진화인력과는 별도로 산불감시인력 2580명,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 1200여명을 별도로 운영하지만 대형 산불이 나면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산림에 내화성(불에 견디는 힘)이 강한 참나무 등 활엽수 식재를 늘려 다양한 수종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경북 울진 등 동해안 지역엔 소나무가 주로 자란다. 소나무 송진은 기름기가 들어 있어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센 화력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산림당국은 지금까지 참나무 등 상대적으로 불에 강한 활엽수를 중간중간에 심는 방안을 강구해 왔으나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최창호 산림조합중앙회장은 13일 “국내 산림의 약 25%는 소나무로 이뤄져 있다”며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내화성이 강한 참나무 등 활엽수 식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종 다양화를 위해선 산림 예산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 대한민국 국토의 63%가량이 산림인데 관련 예산은 정부예산의 약 0.5%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숲 가꾸기와 임도(산림도로) 건설이 별도로 진행되면서 방치된 간벌목(베어 낸 나무)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유근 녹색탄소연구소장은 “간벌목의 외부 반출 의무화는 물론 반출도로를 복구하지 말고 유지 보수해 산불의 예방·초동진압, 산림 관리 등 다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림의 건강한 관리, 도로를 활용한 산림 경영, 산림 생태관리 기술의 고도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산불의 예방과 진화, 복구를 하나의 세트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산불 통합관리체계(IFM)’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는 “산불 통합관리체계는 산불 관리의 세계적인 패러다임이”이라며 “최근 재난성 산불의 주요 문제점은 산불 예방과 산불 진화 조직 간의 공조 부족, 산불을 고려하지 않은 산림 정책, 숲 관리 소홀로 인한 연료 축적 등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는 “우리나라 산불은 확산이 빠른 산악형 산불로 초동 진화가 핵심인데 산림공무원 이외에는 신속하게 진화 장비를 이동시키거나 진화 방향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든 산지에 소규모 우수(빗물) 저류시설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의 박송인 박사는 “산불 확산의 근본 원인은 메마른 대지 때문”이라며 “세금을 들이지 않고 전국의 산지와 대지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은 우수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1370.8㎜로 모든 산지 전역을 약 1.37m 우수 저류 웅덩이로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인데, 대부분을 하천으로 흘려보내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산지 곳곳에 소규모 물구덩이, 수렁, 웅덩이 등을 만들어 대지가 건조하지 않게 우수를 저류·저장하거나 주요 거점시설의 인접 산지에 우수를 저류·저장시설을 설치하면 저비용으로 산불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불이 안 나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김수봉 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는 “실화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처벌 강화 등으로 경각심을 높이고 감시 인력·장비 확충에 나서면 산림자원 훼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진=김재산 최일영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