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스나이퍼 강국 우크라이나

입력 2022-03-14 04:10

우크라이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나이퍼(저격수) 강국’이다. 사상 최고의 여성 저격수로 꼽히는 루드밀라 파블리첸코가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키이우 대학 역사학도였던 그는 1941년 나치 독일군이 러시아를 침공하자 자원입대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불과 10개월 만에 무려 309명에 달하는 적을 저격, 사살해 ‘죽음의 숙녀(Lady Death)’란 별명을 얻었다. 독일군을 벌벌 떨게 한 그가 1942년 6월 독일군 박격포탄에 부상을 당하자 소련군은 그를 살리기 위해 잠수함까지 투입해 구출할 정도였다.

우크라이나 저격수들이 최근 러시아 침공에 맞선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 벌써 사살한 장성만 셋이다. 지난 11일 러시아 동부지역군 사령관인 제29군 소속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소장이 저격수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8일엔 하르키우 인근에서 비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소장이 저격으로 사살됐다. 3일엔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러시아 제7공수사단장 겸 제41연합군 부사령관(소장)이 역시 저격수가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수코베츠키 소장은 체첸 및 시리아와의 전쟁을 비롯해 크림반도 병합에도 기여해 많은 훈장을 받았던 인물이다. 러시아가 당초 예상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하르키우 등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시가전에서 저격수들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근위 22연대 출신 저격수도 최근 우크라이나 의용대에 가담했다. 보안상 이유로 ‘왈리’란 별명만 밝힌 그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뿐 아니라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선 쿠르드 전사들과도 함께 했다고 한다. 저격수 1명이 1개 대대를 한동안 꼼짝 못 하게 하고, 적의 수장을 순식간에 사살할 정도로 첨단무기가 발전한 현대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저격수들의 활약이 무고한 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희생시키는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는 데 일조하기를 희망한다.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