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213시간 만에 진화… 서울 면적의 41% 태웠다

입력 2022-03-14 04:03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덕풍계곡 일대에서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차가 13일 빗속에서 철수하고 있다. 울진·삼척 산불은 213시간 만인 이날 오전 진화됐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발화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이 역대 최장기 산불 기록을 세우며 213시간 만인 13일 오전 진화됐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강릉·동해 산불까지 포함할 경우 서울 면적의 40% 이상을 태워 2000년 동해안 산불을 넘는 사상 최대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울진·삼척, 강릉·동해 산불은 포함한 이번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은 서울 전체 면적(6만520㏊)의 41.2%에 달하는 2만4940㏊를 기록했다. 1986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피해다.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면적 2만3794㏊도 넘어섰다. 오전 6시까지 울진·삼척 산불 피해 추정면적만 2만832㏊에 달한다. 산림 피해면적은 완진 후 정밀 조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오전 9시 경북 울진 산불현장 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하고 “울진 산불 주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불은 13일까지 총 9일간 진행됐으며 울진군 4개 읍·면, 삼척시 2개 읍·면이 잠정 피해 역으로 확인됐다”며 “총 진화 소요시간은 오늘 오전 9시에 총 213시간이 경과해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2000년 동해안 산불의 191시간을 넘어서는 것이다. 잔불까지 완전히 진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2일에만 강원 홍천·춘천, 전남 함평·남원, 경남 산청·김해, 경기 의정부 7곳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가 진화되는 등 이 기간 10곳 이상에서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하면서 사상 최악의 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 청장은 “굉장히 어려운 산불이었지만 정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다시는 이런 재난이 나지 않도록 예방에도 더욱 철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의 총력전에 더해 마지막에 손을 보탠 비 덕분에 화마를 잡을 수 있었다. 당국은 전날만 해도 마지막 전장이었던 울진 응봉산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헬기 80대와 공중진화대까지 레펠 등을 이용해 투입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응봉산 자체가 돌산인데다 건조한 대기로 낙엽이 말라붙으며 불쏘시개 역할을 한 탓이다.

그러나 전날 오후부터 약하게 비가 내리다가 13일 강수량 2.0㎜(오전 11시 기준)의 비가 울진에 내리면서 진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2000년 동해안 산불 역시 마지막 날인 4월 15일 동해·삼척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진화됐다. 비가 이어짐에 따라 당국은 헬기 20대와 야간열화상 드론 6대를 대기시키고 잔불 진화체제로 전환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선포했던 ‘재난 사태’를 13일 해제하고 중대본을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했다. 이재민에 대한 주거시설 제공, 잔재물 처리 등 현장 응급복구, 영농 재개 지원 등의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정부 조사단은 피해조사를 거쳐 4월 초까지 복구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