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함께 사는 고양이의 라디오 사용에 대해

입력 2022-03-14 04:07

엄마도 나도 함께 사는 고양이 무디에게 종종 자신을 투영해 친절을 베푼다.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뉴스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엄마가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였다. 고양이 무디가 심심해할까 봐 틀어놓으셨다고 한다. 집을 비웠는데 사람 목소리라도 들리면 덜 무료할 것 같다고. 정말 친절하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고양이 무디는 귀가 매우 밝다. 자주 미간에 힘을 준 채 눈을 꽉 감고 자며 귀를 팔락인다.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늘게 눈을 뜨고 쳐다본다. 벼랑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는지 몸을 떨다 깬다. 나는 무디가 귀를 팔락거릴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내가 소음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상품평에 혹해서 충동적으로 샘플 귀마개(이어 플러그)를 종류별로 다 샀다. 나의 귀는 어쩔 수 없이 옆 좌석의 험담에 가담하고 옆 가정의 폭력에 연루된다. 무디가 그러는 것처럼 작은 소리에 깨어나고 몸을 떨며 깬다. 무디와 나는 거의 동시에 현관문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너무 많은 소리는 수면을 방해하고, 고양이는 수면 시간이 긴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것이 무디가 집에 혼자 있는 동안 라디오를 틀어놓는 것에 내가 반대하는 이유다. 동물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때다.

방에서 늦잠을 자고 있으면 엄마와 무디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물론 무디의 답변 또한 엄마가 한다. 엄마는 동식물과 함께라면 1인 2역, 때에 따라 1인 3역, 4역 등을 할 수 있다. 무디는 그 대화 소리를 퍽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앞에서 자주 몸을 뒤집고 뒹굴기 때문이다. 나도 세상의 모든 소리 중 그 소리를 가장 좋아한다. 그것은 내게 소음에 속하지 않는다. 무디에게 라디오 뉴스는 소음에 속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아예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다. 고양이 무디의 라디오 사용에 대한 의견은 보류다.

이다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