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이라며 “경제, 기후협력, 보건의료, 첨단기술 등 모든 의제가 한·미 간 혈맹 관계를 바탕으로 포괄적으로 발전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날 당선 소회를 밝힌 지 5시간 만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한 윤 당선인이 이틀째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한·미 공조 강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북한은 대선 기간에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중 일부를 복구하는 움직임도 군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하는 등 외교 일정을 숨 가쁘게 소화했다. 윤 당선인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델 코소 대사대리의 예방을 받고 “(한·미 양국은) 서로의 안보를 피로써 지키기로 약속한 국가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관계가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6·25 전쟁을 통해 미국과 굳건한 안보 동맹을 맺은 것이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며 “앞으로 한·미 간 모든 부분에서 굳건한 관계를 재건해, 두 나라의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델 코소 대사대리는 “한·미 양국은 한국전쟁의 전장에서 혈맹을 맺었고, 가장 굳건하고 물 샐 틈 없고 확고한 동맹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행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양국의 관계, 동맹 관계를 더욱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집단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오는 5월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때 한국에도 들러 윤 당선인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관계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일본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15분간 기시다 총리와 통화를 나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외국 정상과의 두 번째 통화다.
윤 당선인은 “양국은 동북아 안보와 경제번영 등 향후 힘을 모아야 할 미래과제가 많은 만큼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며 “한·미·일 3국이 한반도 사안 관련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과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이른 시일 내 만남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은 싱 대사의 예방도 받았다. 싱 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전을 전달했다. 윤 당선인은 “한·중 관계가 더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책임있는 세계 국가로서 중국의 역할이 충족되기를 우리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