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스폰서 검사’로 불린 김형준(사진) 전 부장검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월 21일 출범한 공수처가 처음으로 행사한 기소권이다.
공수처는 11일 김 전 부장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검사 출신 박모(52) 변호사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가 2016년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박 변호사로부터 93만5000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받고, 같은 해 7월에는 1000만원 상당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박 변호사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고, 이후 이 사건은 김 전 부장검사가 몸담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배당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월 인사 이동 직전, 소속 검사에게 박 변호사를 조사하도록 하고, 인사 이동 직후 그의 ‘스폰서’로 알려진 고교 동창 김모(52)씨 횡령 사건 변호를 박 변호사에게 부탁하는 등 박 변호사를 대리인처럼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박 변호사 사건은 2017년 4월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인사이동에 따라 직무관련성 및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수처는 “직무관련성은 공무원이 금전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해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판단기준이 된다” “‘직무’는 법령에 정해진 직무뿐만 아니라, 과거 담당했던 직무나 장래 담당할 직무도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삼았다.
이 사건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의 판단은 엇갈렸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0월 스폰서 김씨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이후 대법원은 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당시 검찰은 박 변호사 관련 사건도 조사했지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혐의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향후 재판에서 공수처의 수사 및 공소유지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