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여성 정책과 여성의 권익 증진 및 지위 향상, 청소년 및 가족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여성 정책을 관장하는 조직은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사회부 부녀국으로 출발해 55년 보건사회부, 94년 보건복지부에 속했다가 88년 정무제2장관실로 이관됐다. 김대중정부가 출범시 설치한 여성특별위원회를 2001년 1월 여성부로 개편하면서 비로소 독자적인 부처가 됐고 2005년 6월 여가부로 확대 개편됐다. 2008년 2월 여성부로 축소됐으나 2년 뒤 청소년과 가족 관련 사무를 다시 넘겨받아 지금의 여가부 체제를 갖췄다.
여가부는 정원이 270여명이고 예산도 올해 1조4650억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607조원)의 0.24%인 초미니 부처다. 이런 여건에서도 성매매 방지법 제정, 호주제 폐지, 모성보호 3법 도입,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등 각종 제도 개선을 주도해 왔다. 한부모 가족과 1인 가구 지원, 위기청소년 보호,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경력단절 및 이주 여성 지원에도 힘써왔다.
그런 여가부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폐지를 공약했고 이행 의지가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 조직을 짜는 과정에서 다른 부처로 기능이 분산, 흡수되면서 여가부 간판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여성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소득, 직위, 노동 참여율 등 여러 지표에서 여성이 뒤처져 있는데 전담 부처마저 폐지된다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20대 여성들의 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확연하게 쏠렸는데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30여개 여성단체들이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약 폐기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여가부 폐지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마냥 밀어붙였다가는 남녀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게 뻔하다. 조직을 개편하더라도 성 평등 및 여성 권익 보호 기능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