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물가 40년 만에 최대 상승

입력 2022-03-12 04:05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대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며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경제·금융위기에 선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내 경제도 이미 타격권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2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7.9% 상승했다고 밝혔다. 1982년 1월 이후 최고치다. CPI 급등은 곧 미국의 전반적인 생필품 물가가 그만큼 크게 올랐다는 점을 의미한다. 당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같은 고인플레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달 내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하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시중 자금 회수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기며 연준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가 일체 수입 금지되며 에너지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맞이한 주식시장도 폭락을 거듭했고, 러시아와 무역을 하는 기업들도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무리한 긴축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도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 상황은 예상했지만, 그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당혹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이 고민에 빠진 가운데 국내 경제는 이미 타격권에 들어섰다. 러시아 사태발 국제유가 급등이 제일 큰 문제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휘발윳값은 전날 대비 34원 오른 2020.22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휘발윳값도 25.24원 오른 1938.97원을 기록했다. 서울 휘발윳값이 ℓ당 평균 2000원을 넘어선 건 201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유가는 국민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만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임시방편책으로 내놓은 유류세 인하 효과는 이미 상쇄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류세 인하 조치 직전인 지난해 11월 11일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10원이었는데, 현재 휘발윳값은 이 가격을 이미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유가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을 내리기 위해 현행 20%인 인하율을 30%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급등하던 국제유가가 지난 이틀간 하락반전했음에도 국내 주유소 휘발윳값은 되레 올랐다. 주유소들의 ‘가격 횡포’가 고물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날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와 국제 휘발유 가격의 이전 인하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을 인상했다”며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보다 지나치게 (유가를) 올려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