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11일 북한이 최근 ‘정찰위성’이라 주장하며 두 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2018년 선언한 ‘핵·ICBM 모라토리엄(유예) 조치’가 폐기 직전에 도달한 것으로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대북 강경노선을 예고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역량이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2월 27일·3월 5일 두 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한·미의 정밀 분석 결과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당시 북한이 최초 공개하고 개발 중인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2차례의 시험발사가 ICBM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동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이라고 발표했는데, 한·미 군 당국이 이를 반박한 것이다.
국방부가 언급한 신형 ICBM은 2020년 10월 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7형’이다. 직경은 2.6m, 길이는 25.8m로 추정된다. 기존 ICBM인 ‘화성-15형’보다 커진 데다 다탄두(MIRV) 형상을 지녀 ‘괴물 ICBM’으로 불린다. 최대 사거리는 1만3000㎞ 이상으로 추정돼 사실상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도 존 커비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한·미 간 공동 평가 내용을 공개하면서 “우주발사로 위장해 진행될 완전한 사거리 시험발사에 앞서 새 미사일 체계를 평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대북 제재를 예고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재무부는 무기 프로그램 진전에 필요한 해외의 품목과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순차적인 다양한 추가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한다며 한반도와 역내 안보불안을 조성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ICBM을 시험발사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ICBM 발사 시 대북 유류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하도록 한 ‘유류 트리거(방아쇠)’ 조항을 마련해뒀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반대한다면 추가 제재는 불가능하다.
북한은 연일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한 데 이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시설 확장을 지시했다. 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기 위한 장거리 로켓은 ICBM과 기술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모두 ICBM 발사를 위한 수순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대선 이틀 만인 이날 “남조선에서 3월 9일 진행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야당인 국민의힘의 후보 윤석열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보수정당 후보의 당선 사실을 이름까지 포함해 즉각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