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만표 얻고도 졌다” 민주 패닉… 비대위 체제 전환

입력 2022-03-11 00:05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하자 긴장된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로 보여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당원으로 돌아가 당의 발전과 5년 뒤로 미뤄진 4기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을 포함한 주요 당직자들도 모두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도부 총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지도부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당 쇄신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도부 사퇴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민주당은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정공법’을 택했다.

당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됐다. 비대위원장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 민주당은 윤 원내대표의 겸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다음 달로 예정됐던 원내대표 선거를 이달로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원내대표 선거를 3월 25일 안에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후임 원내대표 후보로는 박광온 박홍근 안규백 김경협 노웅래 박완주 홍익표 의원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계파 간 당권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기존 당내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대선을 치르며 신주류로 떠오른 이재명계 간 힘겨루기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대선 패배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펼쳐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 의원은 “대선 패배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논란에 따른 높은 정권교체 여론, 이재명 후보와 그 주변인에게 제기됐던 각종 의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런 상황을 도외시한 채 서로 간 책임 공방으로 흐르면 불필요한 당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이 후보를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송 대표가 상임고문직을 제안했고 이 후보가 수락했다”고 전했다.

정현수 안규영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