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두 수장 인사 설왕설래?… 금융지주 회장들도 ‘촉각’

입력 2022-03-11 04:06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당국 수장 교체 여부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요 금융회사 고위직 인사에까지 정권 교체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우크라이나발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된 데다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 상황인 만큼 대대적인 금융권 물갈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8월 나란히 취임했다. 두 사람 임기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들은 법 규정에 따라 임기 3년을 보장받게 돼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관행적으로 재신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고시 28회 동기 사이인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의 운명이 서로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2명 중 1명만 교체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여러가지 대외 악재에 금융시장이 휘청이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금융당국 수장을 한 번에 모두 교체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해체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이뤄질 경우 2명 모두 교체가 유력하지만 당장 추진되기는 쉽지 않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 개편에 필요한 법 개정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금융 공약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10일 “굳이 법 개정을 통한 조직 개편을 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따라 조직 개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n차 연임’이 가능한 회장을 두고 있는 4대 금융지주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지주회사에선 자칫 정권 교체로 인한 인사 태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이달 임기를 마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 정부 2년차인 내년에 임기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대부분 법률 리스크를 한고비 넘긴 뒤 임기 연장에 나선 케이스다. 내년 3월까지 6년 임기를 확보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1월 채용 비리 사건의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두 번째 연임 가능성이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당국 징계에 불복한 소송에서 지난해 승소한 후 연임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023년 11월까지 9년 임기가 주어졌는데 세 번째 연임도 가능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있던 친 정권 성향의 ‘이너 서클’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한다. 박근혜정부 당시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가 주목받았고, 이명박정부에선 대통령과 학연 등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차지해 ‘4대 천왕’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모두 외국인 주주 비중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관치 낙하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