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일성은 통합과 협치였다. 윤 당선인은 10일 당선 인사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 인사말을 전했다. 연설은 거대 야당과의 협치에 방점이 찍혔다.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갈린 데다 여소야대 정국을 향후 2년 동안 이끌어가야 하는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국민들께서 저를 이 자리에 불러낸 것은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며 “국민의 이익이 국정 운영의 기준이 되면 진보와 보수도, 영남과 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어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정부,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또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고 다짐했다.
2500자 분량의 당선 인사문에는 ‘국민’이 36회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윤 당선인은 “앞으로도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국민’ 다음으로는 ‘공정’이 7회, ‘정의’가 4회, ‘상식’이 3회 언급됐다.
윤 당선인은 대북 강경 노선도 재확인했다. 윤 당선인은 “어떠한 도발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겠다”며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인사를 마친 뒤 윤 당선인은 기자들과 만나 ‘거대 야당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라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전 정권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윤 당선인은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들 중에 지속적으로 해야 할 과제들을 관리하고,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개혁과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도 협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윤 당선인은 “이제 정부를 인수하게 되면 윤석열의 정부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여당의 정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는 경쟁하지만 결국엔 국민을 앞에 두고 누가 더 국민에게 잘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경쟁해온 것 아니겠냐”며 “야당과 긴밀하게 협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윤 당선인은 “국회에서 하는 일, 행정부에서 하는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늘 국정의 중심에 의회가 있다는 생각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박 의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절감했겠지만 국민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며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늘 의회와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새벽 당선이 확정된 뒤 내놓은 당선 수락 메시지에서도 “경쟁은 일단 끝났다”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하나가 돼야 한다.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며 국민을 잘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가현 구승은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