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사법 공약 핵심으로 ‘검찰 독립성 강화’를 공언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문재인정부에서 축소된 검찰의 권한이 일정 부분 복원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둔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권한 분산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한 동력이 될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선결조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사법 분야 개혁 공약을 발표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조항(8조)에 대해선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고 날을 세웠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예산·인사권과 더불어 청와대가 검찰을 통제하는 장치로 꼽혀왔다. 윤 당선인은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총장에게 독자적인 예산 요구권을 부여해 독립·중립성을 보장한다는 기조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거대 야당의 벽을 넘어야 한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개정 작업은 민주당의 반대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검찰 예산을 법무부와 분리해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에도 국회 동의 및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 당선인이 여야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검찰 개혁 원위치’ 구상을 밀어붙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장승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10일 “수사지휘권 폐지 등은 모두 입법 사안으로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과 상당한 대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야당과 협치를 이루지 못하면 임기 내내 갈등 구도만 연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검찰 개혁의 상징인 공수처의 권한 축소 문제도 여야 협치와 맞물린 사안이다. 윤 당선인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서 검경보다 공수처가 우월적 지위를 갖도록 한 공수처법 조항(24조)을 손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회의감이 계속되면 폐지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출범 1년을 갓 넘긴 공수처가 존폐 기로에 섰다는 시선도 나왔다.
하지만 윤 당선인 취임 직후 공수처가 곧바로 수술대에 오르는 일은 간단치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공수처 기능·역할 개편을 위해선 공수처법 등 법 개정이 필수인 데다 독립 기관인 공수처에 행정부가 과도한 압력을 행사할 경우 외압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 폐지 이전에 정상화 여건을 제공하지 않으면 압도적 의석의 야당으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공수처는 제 기능을 못한다는 평가를 어떻게 벗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윤 당선인의 검찰 정상화 구상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 출신 한 변호사는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정부가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라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수사기관이 청와대 눈치를 안 보도록 만든다는 건 야당에도 나쁘진 않은 일”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양민철 조민아 박성영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