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던 북한이 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0일에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정찰위성 다량 배치’를 언급하며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이날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정권교체를 이뤄낸 민중의 힘”이라고 호평했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의 보수 정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뒤 조선중앙통신은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고 한다”고 한 문장으로만 보도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1주일간 침묵을 지켰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확정된 이날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정찰위성의 다량 배치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5개년계획 기간 내 다량의 군사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할 계획을 적극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는 통상 전날 벌어진 일을 다음 날 보도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9일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정찰위성 다량 배치를 공언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다시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장거리 로켓 기술이 ICBM과 거의 유사하므로 정찰위성 개발은 ICBM 모라토리엄(유예) 철회와 관련된 조치로 읽힐 수 있다. 한국의 새 정부를 이끌게 된 윤 당선인을 향해 ICBM 발사 재개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정찰위성 배치 계획에 대해 “긴장 조성 행위를 중단하고 스스로 국제사회와 약속한 모라토리엄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보수당 후보의 당선으로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이 증폭됐고, 향후 상당 기간 남북 간 긴장 고조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윤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기 싸움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