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방지 전화서명 운동에 자영업자 ‘전화 폭탄’

입력 2022-03-11 04:06

20대 대선을 앞두고 일부 강성 보수층이 ‘부정선거 방지’를 명분으로 전화 서명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애꿎은 자영업자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1533’으로 시작하는 서명운동 대표 번호와 자영업자 사업장 번호가 유사한 바람에 ‘전화 폭탄’이 날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분양업을 하는 김모(29)씨는 지난 4일부터 영업용 대표번호로 하루 15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와 애를 먹고 있다. 분양 문의인 줄 알고 전화를 받은 그가 일일이 응대했지만 걸려온 전화 대부분은 ‘부정선거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이끄는 한 조직은 지난해 12월부터 전화통화 방식으로 부정선거 반대 서명을 받았다. 여기서 사용한 전화번호가 김씨의 영업용 번호와 뒤 4자리 순서만 달랐다. 번호를 헷갈린 지지자들이 김씨에게 연일 잘못 전화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김씨는 10일 “전화를 받으면 ‘부정선거를 막아야 합니다’라고 일방적으로 고함을 친 뒤 끊는다”며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하면 ‘황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당신 누구냐’며 다짜고짜 욕설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화는 특히 지난 5일 진행된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이 빚어지면서 폭증했다. 김씨는 “2~3분마다 한 통씩 부정선거 관련 전화가 오니 내 일을 못 해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전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씨가 해당 단체에 항의했지만 “지지층인 고령자들이 번호가 비슷해 실수한 것 같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날 기준 49만여명이 전화 서명에 동참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