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분 없는 건강한 교회 토양이 변화 시도하는 데 큰 힘”

입력 2022-03-14 03:04 수정 2022-03-14 06:43
안광복 목사가 지난 10일 충북 청주 상당교회 비전아트홀에서 2016년 부임 후 교회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북 청주 상당교회는 1976년 설립된 중년의 교회다. 1985년 부임해 30년 동안 사역하며 교회 성장을 이끈 정삼수 원로목사 뒤를 이어 2016년 안광복(54) 목사가 부임하며 제2의 성장기에 들어섰다.

숭실대와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출신인 안 목사는 미국 에모리대에서 설교학을 전공한 설교 전문가다.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11년 동안 사역한 안 목사는 캐나다 밴쿠버 온누리교회 담당 목사를 지냈다.

지난 10일 방문한 교회에서 받은 첫 느낌은 신구의 조화였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젊은 세대를 위해 여러 공간을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안 목사는 “비전아트홀에 먼저 가보자”고 권했다. 지난해 개관한 비전아트홀은 기독교 문화콘텐츠 개발과 확산을 위해 기존 소예배당을 완전히 리노베이션해 완성했다.

방송국 수준의 영상·음향 시설을 갖춘 비전아트홀은 콘서트와 연극, 유튜브 촬영 등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기독 문화콘텐츠는 스페이스아이(대표 오동섭 목사)와 협력해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안 목사는 “기독 문화콘텐츠 전문가 그룹과 협업을 통해 복음과 문화, 선교라는 교회의 핵심 가치를 확산할 길을 찾으려 한다”면서 “비전아트홀을 이런 콘텐츠를 창조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고 성도와 주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만남의 장이자 문화 선교 플랫폼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환골탈태한 공간은 이뿐 아니었다. 안 목사가 부임한 후 기존 교회 공간을 하나둘 재창조해 성도들의 품에 안겼다. 2002년 헌당한 본당 내부는 짙은 갈색조로 마감해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었다. 옛것이 주는 멋이 있었지만, 젊은이들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컸다.

안 목사의 도전은 부임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2017년에는 26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주차할 공간이 줄어 불편해진다는 반대도 있었지만 충분한 대화로 설득해 결국 주차장은 울창한 숲의 ‘엘림동산’이 됐고 교인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해 교회는 교육관의 여러 공간을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교회학교 학생들을 위한 배려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이듬해에는 교회 지하공간에 카페를 만들었다.

2020년에는 2200석 규모의 본당 전면 모니터를 대형 LED로 교체하고 음향·영상 설비와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유튜브 생중계가 가능한 설비를 갖추면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예배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새로운 하드웨어에 안 목사의 소프트웨어가 어우러지면서 온라인 사역은 큰 혼란 없이 안착했다. 현재 이 교회 유튜브 구독자가 1만5000여명 수준에 달할 정도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상당교회처럼 전통적인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부임 직후 이 같은 변화를 시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안 목사는 ‘건강한 교회 토양’ ‘외부 컨설팅’ ‘명확한 목회철학과 비전 제시’가 지금의 결과를 낳았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담임목사로 막 부임했는데 교회에 내분이 있거나 빚이 많아 당회가 열릴 때마다 싸운다면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태를 수습하는 데만 온 힘을 쏟다 지치고 만다”며 “평안했던 상당교회 토양이 여러 변화를 시도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관을 리모델링할 때는 당회원들께 교육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신형섭 장로회신학대 기독교육과 교수를 열 차례나 초청해 공간에 대한 조언과 리모델링 후 유익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큰 이견 없이 공간을 새롭게 단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교회가 여러 공간을 바꾸려는 이유가 다음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분명한 목적 의식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목적 없는 도전은 길을 잃게 만든다”고 조언했다.

안 목사는 선교적 교회로 체질을 개선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선교적 교회란 교회 건물로 교인을 모으는 공동체가 아니라 흩어지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복음 들고 찾아가는 교회인 셈이다.

그는 “선교의 본질이 변해야 한다는 다짐을 담아 ‘우리 교회’에서 ‘우리 이웃’으로 관심을 전환하는 게 선교적 교회의 출발점”이라며 “이웃에 대한 관심이 오직 총동원 전도 주일 때만 생겨서는 안 된다. 아파트 주민 회의에 관심을 두는 걸 선교적 교회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으라”고 제언했다. 이어 “부임하자마자 교회 7개 찬양대에 돌아가며 교회 인근과 다른 지역의 미자립교회를 방문해 예배드리고 봉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무척 반응이 좋았다”며 “우리 교회는 청주가 행복해지기 위해 있는 교회로, 앞으로도 지역을 사랑하는 교회로 자리 잡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