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계 “대체육, 고기라 부르지 마라”

입력 2022-03-11 04:06
한우 채끝.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빠르게 성장하는 대체육 시장이 뜨겁다. 식품업계와 유통업계는 대체육을 중심축으로 하는 육류 소비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대체육이 급부상하자 대체육을 ‘고기’로 부를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축산업계는 고기를 원료로 하지 않는 만큼 ‘축산대체식품’으로 불러야 한다며 반발한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대체육 시장은 53억4800만 달러 규모로 5년 전인 2016년(38억1700만 달러)보다 약 40% 성장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기업 에이티커니는 일반 육류의 시장 점유율이 2030년 72%로 낮아지고, 2040년에는 세계 시장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60%를 대체육이 차지한다고 전망했다.

유통업계도 대체육에 시선을 두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대체육을 가공식품이 아닌 우육, 돈육과 같은 하나의 축산 품종으로 본다는 의미에서 축산 코너에 진열·판매하기로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채식문화가 발전하고 대체육이 정착된 미국 같은 나라의 대형마트에서도 전통 육류를 주력으로 하되 같은 공간 안에 대체육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축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한돈, 한우협회 등 26개 단체로 구성된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고기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전혀 함유하지 않은 식물성 식품을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미명 아래 축산매대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한 소비자 인식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축산업계는 ‘고기’ ‘육(肉)’ ‘유(乳)’ ‘미트(meat)’ 등의 용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고기를 원재료로 하지 않기 때문에 ‘축산대체식품’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대체육은 실제 육류와 영양소에서 달라 육류를 대체할 수 없다”며 “대체육 아닌 ‘대체식품’으로 고기와 별도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적 차원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체육 제품의 명칭과 분류, 안전성 평가와 관련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외에서도 대체육을 개발하는 푸드테크 기업과 축산업계 간 갈등이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축산업계 영향력이 큰 텍사스·미시시피·미주리·루이지애나 등에서 소비자 오도를 이유로 ‘고기’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식물성 대체육과 세포 배양육에도 ‘고기’ 표기를 허용한다.

또한 축산업계는 정부에서 대체육을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산업 육성정책을 내놓자 ‘축산업 말살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축산 농가들은 대체육, 배양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축 사육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반박한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