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국기의 노란색과 파란색은 평화를 상징하는 색이 됐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중장년 선교사들이 입은 파란색 셔츠와 노란색 점퍼는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시 외곽 구라후모룰루이 지역의 한 숙박시설에 바로 그 노란 점퍼를 입은 무리가 찾아왔다. 우크라이나 피난민 현황을 파악하고 한국교회 난민지원 미션 플랫폼 구축을 위해 이곳을 찾은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관계자, 루마니아 선교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선교사들과 한교봉 KWMA 관계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우크라이나를 돕는 방식을 고민했다. “침낭 이불 등 방한용품도 필요하지만 의약품도 중요하다. 다치거나 아픈 사람이 많다.”(한재성 선교사) “대형마트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안 되면 루마니아 현지인들에게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채정기 선교사)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노력에는 국경도 소속도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한 선교사는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에서 사역하다 지난달 불가리아로 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파송한 채 선교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이권칠 선교사, 기독교대한감리회 백우진 선교사는 루마니아에서 사역하고 있다.
노란 점퍼를 입은 이들은 불가리아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들이다. 양기동(예장통합) 김아엘(GMS) 김현미(수원 명성교회 파송) 선교사다. 이들은 한 선교사가 불가리아에 도착한 직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모였다. 세 선교사는 발칸반도 국가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연합체 ‘오픈발칸’ 소속이다. 양 선교사가 이 단체 대표다.
불가리아 선교사들은 지난 4일 왕복 2200㎞를 달려 헝가리 국경을 건너가 9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우크라이나로 들여보냈다. 한교봉과 KWMA 관계자를 만나기 하루 전인 8일 루마니아 국경 시레트에서 620만원가량의 구호 물품도 보냈다.
이들은 13일 시레트에서 세 번째 구호품을 보낸다. 불가리아 선교사들이 이날 불가리아 수도인 소피아로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침낭 등 필요한 물품을 확보하기 어려워 왕복 1600㎞를 이동해 가져오기로 했다. 거리가 멀어 현장을 찾지 못한 선교사들은 마음을 담아 정성을 보내고 있다고도 했다. 김아엘 선교사는 “그리스 터키 카자흐스탄 등에 있는 선교사들도 후원에 나섰다”며 “한국의 교회들도 도움 줄 방법을 물어왔다”고 전했다.
불가리아 선교사들이 떠난 뒤 한 선교사는 루마니아 선교사들과 협력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알려주고 차량이 국경을 통과할 때 필요한 통행증도 공유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에서도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선교사의 협업이 빛을 발했다. 한 선교사가 필요한 목록을 말하면 루마니아 선교사들이 루마니아 직원들과 소통하며 발빠르게 물건을 확보했다. 구호물품을 싣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갈 차량 섭외도 루마니아 선교사들의 몫이었다.
실사에 참여한 박래득 KWMA 사무국장은 “우크라이나 선교사회가 요청하는 필요를 파악하고 우크라이나 교회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전쟁 중과 이후 실제적 필요에 맞는 공급을 고민할 계획”이라며 “한교봉이 국민일보와 모금을 진행하면 그 사용은 KWMA와 긴밀히 협력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체아바(루마니아)=글·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