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개인 종목이지만 저 혼자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제게는 특별한 부모님과 코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명예의전당 역시 저를 이곳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는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본부에서 열린 세계 골프 명예의전당 입회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즈는 PGA 투어 커미셔너를 역임한 팀 핀첨(75·미국),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1승을 거둔 수지 맥스웰 버닝(81·미국), 1921년 미국 여자아마추어 챔피언이자 1932년 커티스컵 단장을 맡았던 매리언 홀린스(1944년 사망·미국)와 함께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우즈는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스타다. PGA 투어 통산 82승으로 역대 최다승 공동 1위다. 메이저대회 우승만 15차례다. 1996년 데뷔한 우즈는 그해 10월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했고 신인상을 받았다. 이듬해인 97년 4월에는 21세에 역대 최연소 마스터스 챔피언을 차지했다.
2000년대는 그의 독무대였다. 세계 골프 랭킹 1위를 683주간 유지했다. PGA투어 올해의 선수상도 11번 받았다. 불륜 스캔들과 허리 부상 등으로 암흑기를 걸었지만,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끝내 재기에 성공했다.
우즈는 골프의 세계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우즈 신드롬’이 불면서 전 세계에 골프붐이 일었고, PGA의 TV중계권료가 인상됐다. 핀첨은 과거 커미셔너 시절 “우즈의 플레이가 사람들을 골프장으로 데려왔다”며 “미국프로농구의 마이클 조던 같은 존재”라고 극찬했다.
이 때문에 우즈의 명예의전당 입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세계 골프 명예의전당 입회심사위원회는 2020년 3월 투표를 거쳐 75% 이상의 찬성으로 우즈의 입회를 확정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미뤄왔다.
우즈는 이날 딸 샘 알렉시스, 아들 찰리 액설, 어머니 쿨티다, 여자친구 에리카 허먼과 함께 입회식에 참석했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샘은 “항상 편견과 불가능에 맞섰고 불리한 확률에서도 모든 걸 극복했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아버지를 소개했다.
딸의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오른 우즈는 입회 소감 연설에서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과거 자신을 위해 대출을 받은 부모님 얘기를 할 때는 눈시울을 붉혔다. 우즈는 “부모님은 ‘항상 세상에 그냥 오는 것은 없다’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동료 골퍼들은 우상인 우즈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우즈는 다른 선수보다 많은 것을 골프 역사에 남겼다”며 “그는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고 누구도 보지 못했던 수준의 골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존 람(스페인)도 “우즈는 모든 세대에 영감을 줬다. 그를 보고 따라 하려다 보니 경기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고등학교 때 골프가 멋진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우즈가 골프를 멋진 스포츠로 바꿔놨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