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산부인과 병원 폭격… “민간지역 의도적 공격” 비난 고조

입력 2022-03-11 04:05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구급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 피해를 입은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입원 중 부상당한 임신부를 들것에 태워 이송하고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엔 어린 여자 어린이도 포함됐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 건물 상부를 강타했다. 무너진 건물 사이로 임산부와 의료진이 황급하게 대피했고, 부상을 입은 임산부는 구조요원에 의해 들것에 실려 나왔다.

마리우폴 시장실이 9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이 러시아 공군의 공중 폭격을 받는 장면이 담긴 CCTV와 스마트폰 동영상을 공개했다. 민간인을 향한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마리우폴이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텔레그램에 올린 화상 메시지를 통해 “이 전쟁 범죄는 처벌받을 것이고 가해자들은 지옥에서 불탈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국제사회에 도움을 간청한다”며 “우크라이나 상공을 폐쇄해 달라”고 호소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수일째 이 도시를 포위 공격 중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항전에 고전하자 주택 상가 쇼핑몰 병원 등 민간인 시설을 가리지 않은 채 미사일과 로켓포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마리우폴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전기 수도가 끊겼으며, 식량과 의료품도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다. 마이우폴시에 따르면 러시아의 집중 공세 이후 최소 1170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의 효과적인 항전에 계획대로 주요 도시 점령이 힘들어지자 러시아군의 침공전략이 민간인 지역 무차별 공격으로 바뀌는 양상”이라며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공포를 극대화해 저항 의지를 꺾겠다는 심산”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쟁이 2주째로 접어들면서 러시아군의 침공전략은 완전히 바뀐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시설 타격에서 의도적인 민간인 거주구역 타격 쪽으로 급선회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까지 폭격하자 국제사회의 비난은 더욱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주권국가의 무고한 민간인에게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야만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만큼 타락한 행동은 없다”고 맹비난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금까지 피란길에 오른 어린이만 100만명이 넘으며, 전체 난민이 200만여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캐서린 러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이사는 “이번 전쟁에서 사망한 어린이가 최소 37명, 부상자 최소 50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3차 협상 결과에 따라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를 위해 통로 주변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임시 휴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비롯해 많은 지역에서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는 민간인 공격을 부인하고 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