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이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문재인정부의 패배이고,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패배다. 뜨거운 촛불 민심에 힘입어 비교적 손쉽게 집권해 초기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내려놓게 됐다. 민주당은 10일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윤호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철저한 자성과 쇄신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대선 결과에 대해 “우리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지 국민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해답이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자신의 과오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대장동 의혹 등 후보 개인의 문제도 컸지만 정부의 잇단 정책 실패와 집권 세력의 독선, 오만, 내로남불 행태가 쌓여 민심이 이반된 결과라는 지적을 새겨 들여야 한다. 특히 집값과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자산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됐고 서민들의 주거난이 악화된 게 결정타였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면서도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들은 부동산 거래로 이익을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책의 신뢰를 잃었다.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내로남불 행태도 문제였다. 검찰 수사가 야권을 향할 때는 환호하더니 여권을 겨냥하자 돌변해 인사권을 앞세워 비난을 퍼부었다. 2020년 4·15 총선에서 압승한 후엔 타협의 정치를 외면하고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는 등 독주했다.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로 민심의 경고장을 받아들었는데도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정권교체 여론이 훨씬 높을 정도로 민심이 돌아섰는데 자업자득이었다. 그런데도 집권 세력은 언론과 야당 등 남 탓을 하며 잘못을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그런 행태에 실망한 국민의 심판이 이번 대선 결과였다.
민주당은 “뼈를 깎는 자성과 혁신을 하겠다”고 했다. 당파적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국익과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게 그 시작이다. 말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 대선에서 졌지만 민주당은 172석을 가진 의회 다수 권력이다. 그 권력을 남용하지 말고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오는 5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으려 한다면 6월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다음 총선에서도 민심의 더 준엄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대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새 정부의 출범과 합리적인 정책에는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대선 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선거제 개편 및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등 정치개혁 약속도 빈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승자 독식과 극단적 대결 정치를 끝내고 협치와 타협이 작동하는 생산적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선거제 개편과 개헌은 정당과 의원 개개인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려 있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과제다. 개혁의 물꼬를 트려면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사설] 민주당, 새 정부에 협조하고 정치 개혁 약속 이행하길
입력 2022-03-1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