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우선과 통합 다짐한 尹당선인 이제 행동으로 실천해야

입력 2022-03-11 04:01
표심에 담긴 메시지는 이번에도 놀랍도록 예리하고 엄중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사상 가장 근소한 24만표 차이로 선출됐다. 국민은 그를 선택했지만 실낱같은 우위만을 허락했다. 투표 결과가 말하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 정권교체로 문재인정부의 국정 실패를 질타했고, 10년 주기 패턴을 깨뜨려 오만했던 여당에 채찍을 들었으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표차로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경고를 보냈다. 권력에 취한다면 언제든 국민이 등을 돌리게 될 것임을 숫자로 보여줬다. “선거에 이겼지만 민심의 무서움을 다시 느꼈다”는 어느 야당 의원의 말을 윤 당선인은 깊이 새겨야 한다.

윤 당선인은 10일 국민 통합과 국민 우선의 국정을 다짐했다.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 국민의 이익을 국정의 기준으로 삼겠다,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따르겠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고 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문제는 실천에 있다. 그동안 후보로서 말을 했지만, 이제 대통령으로서 행동해야 한다. 인수위원회와 내각 구성, 공동정부와 협치 구축, 청와대 개혁과 국정과제 도출까지, 이날 다짐한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기회들이 눈앞에 놓여 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 앞에 약속한 공동정부는 한국 정치사에 흔치 않은 실험이다. 권한과 책임의 분산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방지하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고, 결이 다른 두 정치집단이 한 정부에서 시너지를 낸다면 야당과의 협치에도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는 작은 통합인 셈이니, 만약 공동정부의 틀이 흔들린다면 통합의 첫걸음도 떼지 못하는 꼴이 될 것이다. 당선인이 꺼냈던 무수한 공약 가운데 공동정부는 이행 여부가 가장 먼저 판가름된다. 인수위 구성과 운영 과정에서 무엇보다 역점을 둬야 한다.

많은 정부가 출범 과정의 인사 실패로 국민을 실망시키며 어려움을 겪었다. 공동정부는 그럴 위험이 더욱 크다. 과거 DJP 공동정부가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잘 썼기 때문이다. 분담한 역할을 국민이 납득할 인재들에게 맡겨 수행했다. 오로지 국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충분한 검증과 조율을 통해 적재적소의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야권에서 사람을 찾지 못할 이유도 없다. 이제 펼쳐질 압도적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는 필수이니 인사에서부터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다짐은 청와대 개혁을 통해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경호처의 반대 따위는 눌러버릴 의지를 당선인이 가졌기 바란다. 역대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청와대의 권위적 구조와 운영방식이었다. 출퇴근길에 직접 국민을 향해 설명하는 광화문 대통령. 국민만 바라보는 최선의 길이다.

이제 인수위가 꾸려지면 공약을 다듬어 국정과제를 추리는 작업이 시작된다. 거기에 담길 내용이 5년간 국민의 삶과 더 먼 미래의 방향을 좌우하게 된다.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실용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것들로 채워지도록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