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0일 향후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우세하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장률 하락 등으로 올해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추가 인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그동안 3차례 기준금리 인상에도 전반적인 금융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긴축적 금융상황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최근의 물가상승 요인별 기여도를 살펴본 결과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6%) 가운데 2020년 12월 대비 기대인플레이션 요인이 0.723%포인트 높아졌고, 물가 고유 요인이 0.878%포인트, 경기요인이 1.034%포인트, 국제유가 요인이 0.395%포인트로 나타났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대된 것으로 분석돼 물가충격의 2차 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은은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경제활동 재개, 탄소중립 추진 등 구조적 수급 불균형 때문에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를 소개했다. 식료품 가격 역시 코로나19 이후 생산비 인상, 이상기후 등의 강세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미국 중심으로 세계 경기 회복세가 양호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지만 경기 침체가 함께 오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현재로선 그런 전망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