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기사 반응이 궁금해 댓글창을 열자 어김없이 욕설이 난무했다. 괜히 눌렀다 싶었지만 기분이 상한 뒤였다. 이런저런 기사를 써왔지만 경험칙상 기독교 소식을 다룬 기사에 유독 더 거친 댓글이 달리는 것 같다.
종교성이 지닌 특성 때문일까. 믿는 종교가 없거나 기독교에 반감을 가진 이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와 세계, 이를테면 하나님과 천국과 지옥을 얘기하는 게 터무니없다고 여길 것이다.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라’ ‘믿음이 이긴다’ 같은 세상 기준과 동떨어진 성경 속 메시지는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입으로는 성경 속 진리를 고상하게 얘기하면서 삶의 모습은 딴판인 기독교인들의 위선을 마주하면 반감도 커질 것이다. 면상에서는 욕을 퍼붓기 어려우니 댓글로 회초리를 드는구나 생각하곤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종교가 뭐냐고 물었더니 기획사 측으로부터 ‘활동 기간에는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씁쓸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기를 먹고 사는 이들이니 욕먹을 빌미를 떠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에 대한 혐오가 난무하는 댓글창을 닫고 고개를 돌리면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한다. 폭탄과 총알이 날아다니고,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가 그렇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미 200만명 넘는 난민이 발생한 우크라이나에선 신을 찾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교회 문턱에도 가본 적 없는 피란민들이 십자가만 보고 찾은 교회 문을 두드린다. 목회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하고,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갑자기 교회에 사람들이 밀려들자 목회자들이 부족한 성경책을 사들이느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기독교 서점에선 성경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그들이 불러낸 건 하나님이었다.
이런 ‘신의 소환’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 주 나의 하나님이 지켜주시리~’로 시작하는 가스펠곡은 최근 유튜브 누적 조회수가 2000만회를 넘어섰다. 무엇이 30년이나 된 노래를 다시 불러낸 것이냐고 묻는다면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서 아닐까요”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기독교를 다루는 기사 댓글에 퍼붓는 욕설을 찬찬히 뜯어보면 신의 존재보다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비난이 훨씬 더 많다. 말하자면 ‘너나 잘하세요’ 같은 류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세상과 구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특히 돈과 성과 명예와 권력에 흔들리고 무너지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지적은 뼈아프다. 이럴 때면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뭇사람들에게 신의 소환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이제 막 끝난 대선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현직 목회자와 신학자를 포함해 많은 기독교인이 보수·진보 이념 논쟁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었던 건 아닌가.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면 세상이 망할 것처럼 주장을 쏟아내면서 비호감 선거 논쟁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과연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고 싶어할까.
선거가 끝나면서 두 가지는 확실해졌다. 대한민국의 새 지도자가 뽑혔다는 것과 민심이 두 동강 났다는 것이다. 새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는 민심 통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외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지난 5년간 확인했다.
교회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 류영모 대표회장은 대선을 앞두고 “분열된 국론과 국민의 찢긴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영적인 문제”라며 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이 땅에 촘촘히 서 있는 교회와 구성원들이 상처 난 민심을 보듬는 메신저가 된다면 미약하나마 신의 소환을 돕는 디딤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박재찬 종교부 차장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