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구한 견공들… 하루 10분 행동교육에 놀라운 변화 [개st하우스]

입력 2022-03-1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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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의 동물 보호소인 우당탕 쉼터의 대표 양아라(41)씨가 생후 6개월 된 수컷 깡돌이를 안고 있다. 이곳 쉼터는 지역민과 기업, 동물단체가 힘을 모아 건립한 국내 최초의 보호소로 지난해 애니멀호더로부터 구조한 87마리를 모두 입양 보내면 해산한다.

“지난해 6월 충남 태안에서였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설 동물보호소가 있다길래 인근 주민과 봉사활동을 갔거든요. 막상 가보니 운영자는 후원 물품을 쌓아두고 수십 마리의 개들에게 물 한모금 주지 않았어요. 사료 더미를 코앞에 두고 굶어 죽은 동물들, 그 사체에 달려드는 강아지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유기견 봉사단체 ‘우당탕’ 대표 양아라씨)

지난달 8일 오전 6시 충남 서산의 유기견보호소. 제보자 양아라(41)씨가 등장하자 보호소의 견공 49마리는 약속이나 한 듯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격렬하게 꼬리를 흔듭니다. 매일 새벽 출근 전에 당진에서 서산까지 자동차로 40분을 달려 보호소를 찾는 아라씨의 정성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아는 건 견공들입니다. 한눈에도 모두 밝고 건강한 모습. 하지만 대부분은 불과 몇 개월 전에 끔찍한 애니멀호딩 현장에서 구출된 학대견들입니다.

아라씨는 곧이어 도착한 2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20여곳 견사를 청소하고 밥그릇에 깨끗한 물과 사료를 부어줍니다. 밥 주고 청소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세 사람은 곧장 견사로 흩어져 각자 담당한 견공에게 간식을 먹이며 목줄을 매주는 등 10분가량 기초 행동 교육을 했습니다.

아라씨는 “아무리 바빠도 행동교육을 꼭 해줘야 한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100% 입양이기 때문”이라며 “사람을 피하고 짖기 바빴던 아이들이 3개월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설명합니다.

후원사료 두고 굶어 죽은 강아지들
제보자가 제공한 애니멀 호딩 현장 사진. 성견이 암수 구분 없이 뒤섞여 무분별한 번식이 진행 중이었다.

아라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틈틈이 동물보호소 일을 돕는 평범한 개인 봉사자였습니다. 아라씨의 삶이 달라진 건 지난해 6월쯤이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설 보호소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아라씨는 인근 주민을 모아 태안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눈으로 보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지옥도를 목격합니다.

시설 내부는 발디딜 틈 없이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고 굶어 죽은 견공들의 사체가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아라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후원자들이 보낸 사료 포대를 코앞에 두고 굶어 죽은 동물 사체가 널려 있었습니다. 갓 태어난 어린 강아지는 어미가 죽은 줄도 모른 채 사체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굶주림과 학대, 무분별한 번식이 혼합된 전형적인 애니멀호딩의 현장이었습니다.

아라씨는 “운영자가 70대 할머니인데 후원금과 후원 물품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개에게는 물 한모금조차 주지 않았다”며 “먹을 걸 쌓아두고 동물들을 굶겨 죽였다는 게 기가 막혔다”고 설명합니다.

동물보호법 14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적절한 사육·관리를 하지 않는 보호자로부터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라씨는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동자연)의 도움을 받아 해당 시설물을 태안군청에 신고합니다. 동자연의 송지성 구조팀장은 “시설 운영자에게서 동물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았다. 군청에는 해당 시설이 불법 가건물이므로 철거 조치하라는 민원을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군청의 대처는 미흡했습니다. 송 팀장은 “군청에선 개들을 구조해도 갈 곳을 마련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했습니다. 시민에게 구조 및 보호 의무를 사실상 떠넘긴 겁니다. 게다가 군청은 “(호더) 노인이 부탁하니 개 몇 마리는 남겨두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남은 개들을 번식시켜 같은 비극이 반복될 불씨를 남긴 겁니다.

아라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 무려 3개월간 구조 준비에 돌입합니다. 주민 200여명의 도움으로 비영리단체 우당탕을 설립하고,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보호소를 만들 토지를 빌렸습니다. 동물 구조 및 보호소 건축에 필요한 인력과 자재는 동물자유연대 및 포스코건설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0월 마침내 우당탕 보호소가 완공됩니다. 호딩 현장에서 발견된 40여 마리 개들은 이틀에 걸쳐 무사히 보호소 견사에 입소했죠. 송 팀장은 “우당탕 쉼터는 지역 주민과 기업, 동물단체가 힘을 모아 건립한 국내 최초의 보호소”라고 소개했습니다.

봉사자들이 하루 10분씩 행동교육
쉼터를 찾은 봉사자가 강아지를 돌보는 모습.

기적처럼 보호소가 문을 열었지만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 불편을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반대 현수막이 내걸리고 간헐적으로 시위도 열립니다. 아라씨는 불편해하는 주민들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는 “아이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보호소를 급히 만들었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어른들에게 죄송하다”며 “다만 사람의 잘못으로 버려지고 학대 받은 개들은 잘못이 없다. 사람이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 최대한 빨리 입양을 보내고 보호소는 해산할 거라고 설명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아라씨 설명처럼 우당탕 쉼터는 구조한 모든 개를 입양 보내면 해산하는 ‘프로젝트 보호소’입니다. 한때 쉼터에 입소한 개는 87마리까지 불어났습니다. 호딩 현장에서 임신한 채 구조된 어미개가 44마리의 새끼를 낳은 탓입니다. 하지만 빠른 입양 추진으로 49마리로 줄었습니다. 이렇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지자체나 동물단체의 동물보호소와 달리 행동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 덕이었죠.

이곳에선 입양에 도움이 되는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10여명의 봉사자가 각각 5~10마리의 담임교사 역할을 하며 하루 10분씩 행동교육을 해줍니다. 간식 받아먹기, 목줄 착용하기, 산책하기 등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지만 입양 혹은 안락사의 갈림길에 선 유기견에겐 큰 도움이 됩니다. 아라씨는 “사람을 피하던 아이들이 애교를 부리고 산책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그 성과로 최근 3개월 동안 28마리나 입양 보낼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지난달 8일 국민일보는 우당탕 쉼터를 방문했습니다. 쉼터 봉사자들을 지도하는 유기견 재활전문가 나비쌤(42)도 이날 취재에 동행했어요. 입소한 강아지들의 입양 적합도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비쌤은 “보호소의 개들은 공격성 완화, 목줄 착용 등 기초 교육조차 받지 못해 입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며 관련 내용을 점검했습니다.

이날 평가에는 생후 5개월 깡돌이(6㎏, 수컷)와 3개월 파랑이(5㎏ 추정, 암컷)가 나섰습니다. 배, 엉덩이 등 민감한 부위를 만지거나 입안에 손을 넣어도 전혀 불편한 반응을 하지 않더군요. 꾸준한 교육 덕분인지 낯선 전문가와도 자유롭게 목줄을 착용하고 산책을 즐겼습니다. 나비쌤은 “이 정도로 건강하고 사회성이 뛰어난 견공을 보호소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고 총평했습니다.

사회화교육을 마친 깡돌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정보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사회화교육을 마친 영리한 댕댕이, 깡돌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믹스견/ 6kg/ 생후 5개월/ 수컷
-모견의 크기는 10kg, 웰시코기처럼 다리가 짧음
-중성화 및 예방접종 x
-잔짖음 및 목줄 당김 없이 다정한 성격

입양은 인스타그램(@woo.dang.tang_adopt)에 문의해주세요.

깡돌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83번째 견공입니다(65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겐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덩치,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서산=글·사진 이성훈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