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격리자 구분 안돼 혼선… 곳곳서 경찰 출동 소동

입력 2022-03-10 04:03
광주 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박명순(118)씨가 9일 광주 북구의 한 투표소에서 아들의 도움을 받아 지장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투표권 행사를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진 가운데 투표소 곳곳에서 소동과 혼란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후 6시 일반인 투표가 종료되고 코로나19 확진·자가격리자 투표가 시작되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각 투표소 입구에는 전신 방호복을 입고 페이스쉴드, 장갑까지 낀 선거관리원이 서서 투표 안내를 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김종환(59)씨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투표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며 “닷새 전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확진자에게도 투표할 기회를 줬으니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다른 확진자는 “사전투표와 달리 오늘은 내가 찍은 표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있어서 안심”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는 확진자가 투표 사무원에게 기표 용지를 전달했지만 본투표에서는 직접 투표함에 넣도록 했다.

충남 논산 양지서당 관계자들이 전통의복을 갖춘 채 투표함에 용지를 집어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확진자와 격리자가 몰리면서 대기 과정에서 혼선을 빚는 곳도 많았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제3·4투표소에서 투표를 기다리던 이모(19)씨는 해외에서 입국한 뒤 격리자로 분류됐지만 별다른 안내가 없어 확진자 대기 줄에 섞여 있었다. 마포구 용강동주민센터에서도 확진자와 격리자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사전투표 당시 불거졌던 부실관리 논란을 의식한 듯 각 투표소에서는 관리에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태권도장에 마련된 투표소 한쪽 벽에는 흰 도화지가 덧씌워져 있었다. 수련 시간표를 일일이 종이로 가려둔 것이다. 투표소 관계자는 “시간표에 있는 숫자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파란색 장갑도 전부 교체하는 등 혹시 모를 논란에 대비해 예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 화천군 파로호 선착장에서 주민들이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타고 있다. 이들은 투표소까지 가는 도로가 없어 선거 때마다 배를 타고 나와 투표한다. 연합뉴스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도 곳곳에서 빚어졌다. 강남구의 한 투표소에서 한 중년 남성이 “투표지에 기표 도장이 절반밖에 찍히지 않는다”며 고성을 지른 탓이다. 비슷한 실랑이가 경기도 하남, 울산 등 전국 여러 곳에서 펼쳐졌다. 부산 부산진구에서는 50대 남성이 휴대전화로 투표용지를 찍다 적발됐다. 부산 북구에서는 60대 남성이 “투표소 천장의 구멍에 카메라가 설치된 것 아니냐”며 항의하는 소란이 벌어졌다. 건물 노후화로 생긴 틈새로 확인됐지만 경찰 입회하에 구멍을 막으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대구에선 한 남성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더니 투표용지를 그대로 들고 사라져 경찰이 소재파악에 나섰다.

아픈 몸을 이끌고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도 있었다. 말기 대장암으로 투병 중인 장모(62)씨는 오른쪽 가슴에 항암제 주삿바늘을 꽂은 채 관악구 한 투표소를 찾았다.

여야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진행된 개표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일부 개표소에서는 투표함 도착 시간을 두고 항의하던 개표참관인이 경찰에 끌려 나오고, 사전 투표함 개표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참관인들의 항의도 발생하는 등 소동이 잇따랐다.

박장군 이형민 기자, 대전=전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