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코로나19가 덮친 초유의 팬데믹 상황에서도 국민은 높은 투표율로 주권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어느 선거보다 갈등과 분열이 심각했던 대결의 선거였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높았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한 국정 운영을 요구하는 기대다. 승리한 쪽도, 패배한 쪽도 이제 모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생각해야 한다. 신임 대통령이 걸어갈 길은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일 것이다.
이번 대선은 퍼주기 공약이 유달리 많았던 선거였다. 후보들은 너나없이 수조원에서 수백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당선인은 이제 공약집 대신 현실을 대면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복합위기에 빠져들었다. 세계적인 상황도 그렇다. 2년여간 계속된 코로나19 사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악재가 겹쳤다.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금융시장은 불안하고, 전 세계적인 공급망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미 성장 둔화의 빨간불이 켜졌다.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안팎의 악재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힘들게 쌓아왔던 우리 경제의 신화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복합위기에 대비하고 경제 체질 개선해야
문재인정부 최대 실정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 후보들은 수백만채의 주택 건설을 약속하고,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 재건축 용적률 500%까지 상향 등을 약속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를 무시해선 안 된다.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로 진입했다. 사회 자체의 에너지가 사라지고 있는 단계다. 잠시 고통스럽더라도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해법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 비판을 듣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신성장 동력과 과학기술 육성, 구조 개혁과 규제 철폐라는 원칙을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나와야 한다.
특히 냉·온탕 외교, 좌충우돌 외교, 왔다 갔다 외교를 극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5년마다 외교·안보정책이 급변했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다가 갑자기 친중 노선이 득세하고, 일본과 건설적인 미래를 말하다가 감정적인 반일이 튀어나온다. 주요국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어 대응이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많았다. 북한 문제는 더 심각했다. 평화냐 전쟁이냐, 통일이냐 반통일이냐는 이분법적 구도가 횡행해 정부의 입지를 좁히는 일이 잦았다.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는 위기 상황이다. 미국과의 동맹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한·일 관계는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연합전선이 가시화돼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고, 이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위협과 보복이 일상화됐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다. 미·중이 대립하고 동북아 정세가 개편되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균형점을 찾는 실용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북한을 압박해 망하게 할 수 있다거나 북한의 전략 전술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일방적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보를 튼튼히 하는 동시에 동맹을 강화하고 주변국의 협조를 얻어 북핵 폐기라는 한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전임 대통령들의 성과를 계승하고 잘못은 바로잡으면서 일관된 외교·안보 정책을 펼쳐야 한다. 외교와 안보에는 정권연장도 없고, 정권교체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있을 뿐이다.
많은 국민이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감정이 완화되는가 싶었는데 세대 갈등, 남녀 갈등, 계층 갈등이 불거졌다. 갈등을 증폭시킨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정부는 나라를 혁신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듣고도 적폐청산에만 몰두했다. 편을 갈라 국정을 운영했다. 새 대통령에게도 상대편을 제압하라는 지지자들의 요구가 거셀 것이다. 그러나 당선인은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다. 당선인이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소통 리더십 보이고 대결 정치 청산하길
신임 대통령과 새 정부에 필요한 것은 결국 통합의 정치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도, “반세기 분열의 고리를 끊겠다”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실패했던 일이다. 지금과 같은 대결의 정치,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선거 과정에서 통합과 정치개혁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국민의 열망이 무엇인지 당선인이 가장 많이 느꼈을 것이다. 야당은 선거에선 경쟁자지만 국정 운영에선 파트너다. 통합의 시작은 총리 후보 지명과 조각, 청와대 인선이다.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아집과 우리가 정권을 잡았다는 오만을 버리면 길이 보일 것이다. 당선인이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야당이 화답할 것이고, 국민 모두가 새 정부를 지지할 것이다. 새 대통령이 이끌어갈 대한민국의 무궁한 성공을 기원한다.
[사설] 20대 대통령의 국민통합 행보를 기대한다
입력 2022-03-1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