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산불 엿새째인 9일 산림 당국이 공격적인 진화 작전을 펼쳤으나 산세가 험한 지역 중심으로 불씨가 되살아나는 등 여전히 산불 제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5시 울진 산불현장본부 브리핑에서 “공격적인 성과를 기대했지만 미치지 못했다”며 “오전보다 5% 포인트 정도 성과가 더 있어 산불 진화율은 75%”라고 밝혔다. 그는 “불이 꺼졌다 살아나고 불똥이 날아오면서 소광리 쪽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며 “오늘 시계가 좋지 않아 헬기 진화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산림 당국은 울진 지역에 이날 일출과 동시에 헬기 82대를 띄웠고 인력 4000여명과 소방차량 300여대도 투입했다.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안으로 불이 번지는 것은 막아내고 있지만 코앞까지 다가온 화선과 불머리 진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강송 군락지에서는 수일째 힘겨운 진화 작전이 펼쳐졌다. 전날 금강송 군락지 외곽으로 불이 번져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공중과 지상에서 총력 진화에 나서 어느 정도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산세가 심한 온정면 응봉산 화재가 잘 잡히지 않으면서 불씨가 금강송 군락지 쪽으로 날아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상 진화가 어려운 응봉산 지역은 불길도 강해 공중 전력을 집중해도 진화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강원 강릉·동해 산불이 잡힌 만큼 이곳에 동원됐던 헬기를 옮겨와 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산림 당국은 드론도 투입해 불길을 진화하는 방식도 운영키로 했다.
산림청은 이와 함께 진화대원들의 피로도가 계속 높아지자 다른 지역 상황에 따라 인력을 교대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최 청장은 “10일 바람이 서풍과 북서풍으로 예보돼 진화에는 유리하겠지만 최고기온이 19도까지 올라 진화인력이 불길과 더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이번 대형 산불의 피해면적은 전국적으로 2만2791㏊로 추정된다. 역대 최대 피해를 기록했던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면적(2만3794㏊)의 턱밑까지 다다랐다. 이번 산불에서 최대 피해지인 울진·삼척 산불의 피해면적만 1만8671㏊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진화가 더 늦어질 경우 역대 최대 피해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택 372채와 공장·창고 156곳, 종교시설 70곳, 농축산시설 46곳 등 649개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울진에서 288가구 379명을 비롯해 전체 403가구 527명이 산불을 피해 임시대피소 등에 머무는 상태다. 이 가운데 임시대피자를 제외한 이재민만 229가구 347명에 달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언제까지 불을 완전히 끌 수 있다고 확답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대한 진화율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울진=최일영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