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 새 대통령을 맞는 국민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와 관심을 촉구했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들은 청년이 더는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리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2년 넘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의료 종사자와 장사를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자영업자들이 꿈꾸는 일상 회복에 대한 절실함도 있었다. 어린이와 노인, 난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그리는 이들의 목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5년간 어려운 환경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이들이 제20대 대선 당선인에게 전하는 목소리를 국민일보가 9일 직접 들어봤다.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만들길
올해 직업계 고등학교(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새내기 사회인들은 일하는 청소년과 고졸 노동자들이 처한 인권 사각지대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특성화고 졸업생 신은진(19)씨는 “우리는 졸업 후 5인 미만 사업장과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 속으로 첫발을 내딛는 경우가 많은데 새 정부는 ‘일하다가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현(19)씨도 “대선 후보 공약에서 ‘일하는 청소년’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새 대통령은 청년 노동자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정책을 내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코로나로 급격히 커진 배달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로 떠오른 배달 라이더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바랐다. 5년째 배달 일을 하는 배달라이더 장인수(34)씨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오늘도 무사히’를 속으로 다짐하고 있다”며 “라이더가 다쳐서 쉬더라도 생계에 타격이 덜하도록 4대 보험 적용 대상에 라이더를 포함시키는 정책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대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이홍구(60)씨는 “누구나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삶의 미래를 꾸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새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부자와 가난한 자 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보듬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평범한 일상 회복을 위한 기대
코로나19 종식은 국민 모두의 열망이지만 보건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은 새 대통령이 이번 팬데믹을 교훈 삼아 향후 또 찾아올 수 있는 국가적 의료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보라(42)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코로나 탓에 의료시스템이 상당히 무너졌고 환자들도 치료받을 권리가 제한됐다”면서 “코로나 종식으로 모든 환자가 마음 편히 치료받고 회복하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이향춘(54)씨도 “소아 환자부터 고령 환자, 나아가 의료진까지 각자의 삶을 회복할 수 있는 비전을 새로운 대통령이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의료 현장의 고충을 해결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주문하기도 했다. 이 전문의는 “간호사 등 의료진도 안정적인 근무를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누구나 아프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도록 의료 분야의 공공성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마음껏 장사할 수 있는 세상’을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건국(37)씨는 “모두가 힘들지만 코로나로 유독 정부가 자영업자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고 느꼈다”며 “새 정부는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 사장들을 보듬고, 신속하게 보상금을 지급하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코인노래연습장 사장 이재인(46)씨도 “방역수칙이 개선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줄어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도 보듬는 대통령
‘사회적 약자를 세심하게 살피는 정부’에 대한 바람 역시 컸다. 공혜정(54)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문재인정부에서는 아동학대의 사후 대응책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면, 새 대통령은 근본적인 예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모든 아이가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과제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삶의 희망을 찾아 한국에 온 난민들이 평화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난민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2월 미얀마 쿠데타 당시 강도 높은 외교 성명을 냈고 지난해 8월에는 탈레반을 피해 한국으로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국내 정착을 도왔다. 새 정부도 이런 기류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범래(56)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민주주의 가치 연대라는 측면에서 새 대통령도 난민 사태를 키우는 다른 국가의 부정적 행보에 대해 강도 높은 규탄 기조를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 난민에게 인도주의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박민지 신용일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