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를 대기업집단에 지정할 전망이다. 두나무는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다. 두나무가 지정된다면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대기업집단 1호가 된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두나무의 총 자산규모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기업집단의 총자산이 5조원이 넘으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두나무의 자체 자산은 5조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위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고객자산도 기업의 총자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기존 금융·보험업 회사의 경우 총 금융자산에서 고객자산을 뺀 ‘공정자산’을 기준으로 자산총액을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금융·보험업 회사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일종의 라이센스를 획득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따로 라이센스를 받은 게 없다”면서 “공정자산을 계산할 때 고객자산을 굳이 뺄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각 암호화폐 거래소의 ‘공정자산’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국내 2위 거래소 빗썸 운영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도 두나무와 함께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수도 있다.
실제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투자자 예치금은 60조원에 달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업비트 예치금은 42조9764억원으로 이중 원화가 5조8313억원, 코인이 37조1450억원이었다. 2위 빗썸의 예치금은 11조6245억원이다. 코인원과 코빗의 예치금은 5조원이 안된다.
다만 고객자산을 기업의 총자산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 핀테크 관계자는 “고객자산은 말 그대로 고객의 돈”이라며 “두나무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면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역차별이자 시장을 부정하는 관치행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현황’에 따르면, 금융·보험회사 명단에는 증권, 카드, 보험, 자산운용, 캐피탈 등만 포함돼있다.
두나무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최대 주주인 송치형 이사회 의장 혹은 전문 경영인인 이석우 대표가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동일인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되고, 두나무는 주식소유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두나무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이 된다면 이에 따라 지켜야 할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두나무는 대기업집단 지정 등을 대비하기위해 올해 초 공정위 핵심 과장을 스카웃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55조2000억원에 이른다. 실제 거래에 참여하는 이용자는 558만명으로 집계됐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