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일에 감염자 수 ‘최정점’ 근접… 코로나 방역도 ‘선거 후유증’ 우려

입력 2022-03-10 04:08
9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안내판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현황이 나오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4만2446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4만명을 돌파하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정점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4만2446명이었다. 앞서 방역 당국이 이달 12~15일쯤 확진자 수가 26만~35만명으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것과 비교하면 이른 시점에 정점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정점에 근접했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최정점을 어느 한 지점(숫자)으로 삼는다면 근접했다고 본다. 현재 최정점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확진자 수가)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거의 왔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검사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확진자가 많아 검사 역량이나 방법에 따라 정점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검사 역량이 한계에 달했다”며 “최정점의 숫자가 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 역량이 확충되면 확진자 수가 더 늘 수 있다는 얘기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유전자증폭(PCR) 검사 없이도 양성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바뀐다면 확진자 수가 느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확진자 정점이 높아지고 그 시점 역시 앞당겨진 데는 정부의 방역지침 완화와 대선 변수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확진자 수가 정점에 이르기도 전에 거리두기를 완화해 정점 구간이 계속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역시 달갑지 않은 변수”라면서 “대규모 유세에서도 감염병 전파가 나왔을 것이다. 수천명씩 모인 장면을 보며 사람들이 ‘(코로나19가) 별것 아니구나’ 하는 인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대선 탓에 실제 전파가 얼마나 됐을지는 자료가 없기에 예상할 수 없다”면서도 “과거 노조 시위를 방역을 이유로 막을 때보다 지금이 더 위험한 상황인데도 방역 당국이 최소한 가이드라인이나 입장 표명이 없던 점이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대선 후보들이 유세 기간 감염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백신 접종 속도도 확연히 떨어져 있다. 방역패스가 중단된 지난 1일부터 이날 0시까지 3차 백신 접종자는 40만7411명으로 그전 같은 시기(20~28일)보다 접종자 수가 54.8% 급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