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체계 개편 힘 실리지만 ‘산 넘어 산’

입력 2022-03-10 04:05

새 정부 출범을 앞둔 금융권에선 향후 금융감독 체계 개편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감독 조직 개편은 금융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디지털 금융 전환기에 걸맞은 당국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금융위원회가 출범한 지 14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과 이번에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이 서로 뒤엉킨 현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과거에 비해 한층 커진 상황이다. 특히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진 후 금융감독 조직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금융위원회가 금융 정책과 금융 감독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면서 ‘관치 금융’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금융 감독 기능을 집행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는 탓에 금융 정책을 견제할 만한 마땅한 장치가 없게 됐다는 얘기다. 금융 감독을 전담하는 기구를 공적 민간 기구로 설치해 정부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단골 공약으로 등장만 한 뒤 흐지부지돼 왔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를 내놨지만 이행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만든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계획엔 ‘2017년에 금융위원회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고, 향후 정부 조직 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번 대선 이후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지만 최근엔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낸 대선 정책공약집에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 공약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양당 대선 후보 캠프에 ‘금융통’으로 참여했던 현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거나 조정하는 법안을 이미 발의했지만, 정작 공식 공약집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 문제는 조만간 꾸려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 또한 산 넘어 산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는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친정’의 힘을 빼는 대대적 조직 개편을 막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우크라이나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조만간 지방선거 이슈까지 겹치면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조직 개편이 추진되지 않는 배경에는 금융 정책을 일사불란하게 좌지우지 하고 싶은 정권의 욕심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9일 “정권을 잡은 이후엔 관치금융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 조직 개편은 번번이 추진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