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인 사상자를 고려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침공 강도를 높일 것으로 미국 정보 당국이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좌절로 화가 난 상태이며 조언자도 별로 없는 고립된 상황이어서 공세 강화 외에 다른 정치적 수단도 없다는 분석이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8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원회 연례 청문회에서 푸틴 대통령이 침공에 대한 서방 대응을 예상했지만 제재의 강도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푸틴이 특히 민간부분의 러시아 철수를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헤인스 국장은 “푸틴은 서방이 자신에게 적절한 경의를 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기분이 상했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잃을 여유가 없는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외교적 협상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푸틴 대통령은 억제되지 않고 오히려 침공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푸틴 대통령을 ‘수년간 불만과 야망으로 들끓은 고립되고 분개한 지도자’로 묘사했다. 그는 “푸틴은 지금 화가 나 있고 좌절하고 있는 것 같다”며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고려 없이 우크라이나 군대를 분쇄하려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번스 국장은 푸틴 대통령의 오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약하고 쉽게 위협받는 국가’로 여겼다. 유럽에 대해서는 ‘위험 회피적’이고, 프랑스 선거와 독일의 지도부 교체 문제로 산만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 막대한 외환보유고로 경제제재 방어책을 가졌다고 믿었다.
미 정보 당국은 현재까지 공격으로 2000~4000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했고, 러시아가 제재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2주 안에 식수와 식량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사정이 한층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번스 국장은 미·중 사이에 대만 문제를 둘러싼 생산적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대만 문제에 있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도부의 결정을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서방의 대응 강도에서부터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지난 12일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로 어느 정도 놀라고 흔들렸다고는 생각한다”며 “(이것이) 대만 문제에 있어 중국의 셈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