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가 보인다… 이현중, 남은 시험은 ‘3월의 광란’

입력 2022-03-10 04:05
미국 대학농구 NCAA 디비전1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데이비슨대 3학년 이현중이 상대 수비를 피해 페이더웨이 점퍼를 던지고 있다. 이현중 SNS 캡처

미국의 봄은 ‘3월의 광란’(March Madness)과 함께 찾아온다. 전미대학농구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68강 토너먼트가 3월 열리면 북미 4대 스포츠인 메이저리그(MLB)도, 미국프로농구(NBA)도 잠시 뒷전이 된다. 중계권 규모가 108억 달러로 올림픽을 앞설 만큼 엄청난 위상을 자랑한다.

한국인 최초로 3월의 광란에 도전하는 이현중(22)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NBA 패러다임을 바꾼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모교 데이비슨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현중은 팀의 1옵션으로 이번 시즌 NCAA 디비전1 애틀랜틱10(A10) 컨퍼런스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9일(한국시간) 발표된 컨퍼런스 퍼스트팀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미국 진출 3년 만에 전국구 유망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현중은 정규시즌 30경기에 나서 평균 32분을 소화하면서 평균 16.5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8.1%에 3점슛 성공률 38.4%를 기록했다. 컨퍼런스 ‘이주의 선수’에 두 차례 선정됐고 3일 조지메이슨전에서 NCAA 79경기 만에 1000득점 고지를 넘겼다. 지난해 팀 역사상 최초로 180클럽(야투 성공율 50.3% 3점슛 성공률 43.6% 자유투 성공률 90.5%로 합계 180 이상)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올 시즌 상대팀의 분석과 집중 견제에도 미드레인지 점퍼와 골밑 돌파 등 득점 루트를 다변화하며 또 한 번 ‘스텝 업’에 성공한 결과다.

덕분에 한 시즌 대학농구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스몰포워드에게 수여되는 ‘2022 줄리어스 어빙 어워드’ 최종 후보 5인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제정 이래 수상자 7명 전원이 NBA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는 점에서 NBA 진출을 노리는 이현중의 수상 여부가 더욱 주목된다. NCAA 디비전1 2~4학년 올해의 선수상인 ‘류트 올슨 어워드’에도 후보군이다.

이현중은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에 든 것도 대단하고 축하받을 일이지만 절대 만족하진 않는다. 직접 상을 타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또 “앞서 2년간 3월의 광란 기회를 놓쳐 즐기지 못한 게 아쉽지만 현재는 이 팀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과 중계진의 호평도 이어진다. 중계 때마다 “NCAA 최고 슈터 중 한 명”이라는 언급과 함께 이현중이 롤모델 클레이 탐슨(골든스테이트)의 오프 더 볼 무브(볼 없는 움직임)와 컷인(잘라 들어가기), 빠른 슛 릴리즈 등을 닮고 싶어 한다는 점을 소개한다. 특히 팀 최고 슈터이면서도 공간을 창출하고 팀 동료들에게 슛 찬스를 만들어주는 움직임에 대해 “어린 선수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마인드”라는 호평이 많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해 NCAA에서 180클럽으로 경기당 10득점을 넣은 유일한 선수이자 최고 슈터”라며 60명을 선발하는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이현중이 2라운드 46번 지명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USA투데이도 2라운드 50번 선발을 예상했다.

남은 시험대는 3월의 광란 진출과 활약이다. 데이비슨대는 마지막 관문인 A10 컨퍼런스 토너먼트(플레이오프) 일정을 앞두고 있다. 사실 가드와 포워드를 오가는 스윙맨 포지션에서 2m가 넘는 신장과 정확한 슈팅은 이현중의 강점이지만 순발력과 민첩성 등 운동능력은 괴물이 득실거리는 미국 농구에서 평범한 수준이다. 큰 무대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고 장기인 3점슛과 점퍼를 꽂아 넣는 ‘롤플레이어’로서 가치와 강심장을 보여줘야 한국인 2호 NBA 입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