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참혹했다. 9일 찾은 경북 울진 호산나교회(장대근 목사)는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잿더미가 돼 버린 상태였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일부 벽만 검게 그을린 채 덩그러니 서 있었고 화재 현장 곳곳엔 깨진 유리창이 나뒹굴고 있었다. 예배당 옆에 세워 놓은 하얀색 승합차도 완전히 파손된 상태였다. 장대근 목사는 “교회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 모습을 보니 처음엔 할 말이 없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당장 무슨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하나님이 결국엔 우리 교회를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호산나교회는 이번 산불로 132㎡(약 40평) 크기의 예배당과 49㎡(약 15평) 정도인 식당이 전소됐다. 의자와 피아노, 에어컨 등도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호산나교회는 장 목사가 2004년 12월 개척한 교회로 깊은 산속에 있다. 교인은 많지 않지만 그는 이곳에서 복음을 전하며 18년을 살았다. 장 목사는 “다행히 사택은 불에 타지 않아 당분간은 사택 거실에서 예배를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가 주님의 능력을 받아 새롭게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셨으면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호산나교회 외에도 울진 지역 교회와 교인들은 이번 산불로 직격탄을 맞았다. 호산나교회와 성내교회(이희만 목사)가 전소됐고 많은 교인이 큰 피해를 보았다. 특히 산불로 삶의 터전인 송이버섯 서식지를 잃으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울진기독교연합회 총무인 심상진 목사는 “울진 지역 성도들 가운데 산불로 집이 전소된 가정이 약 30곳에 달한다”며 “연합회에 가입되지 않은 교회 중에서도 서너 곳 정도가 화재로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산불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피해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교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은 이날 울진 지역 곳곳을 다니며 화재로 예배 처소를 잃은 목회자와 교인을 위로했다. 현장에는 한교봉 총재인 김삼환(명성교회 원로) 목사와 법인이사장인 오정현(사랑의교회) 목사, 대표단장인 김태영(전 예장통합 총회장) 목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 목회자는 호산나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잿더미가 쌓인 교회 현관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차례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김삼환 목사는 “산불로 큰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고 호산나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에 한국교회가 힘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했으며, 오 목사는 “이곳에 하늘 문이 열려 주님의 특별한 은혜가 부어지길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한교봉이 이날 방문한 호산나교회와 성내교회 등지에는 ‘울진 산불 피해 주민 여러분 힘내세요! 한국교회가 함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한교봉은 두 교회에 각각 위로금 500만원을 전했으며 산불 피해를 입은 가정 7곳엔 각각 100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울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