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멈추고 우크라에 하나님의 평화 깃들기를

입력 2022-03-11 03:06
민간인 무차별 공격을 피해 피난 기차에 오른 다섯 살 딸에게 40대 가장이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러시아 침공이 계속된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무기를 들고 전쟁을 택하긴 쉽다. 반면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을 담보하며 식량과 깨끗한 물, 교육과 인권을 보장하는 평화로의 길은 정말로 어렵다. 평화를 지키고 만들고 세워나가는 노력은 세대를 넘어 오랜 시간 지속해서 공을 들여야 한다.

6·25전쟁으로 인해 수백만 인명 살상의 아픔을 겪은 한반도에서 한국교회가 기도를 통해 평화를 간절히 구하는 이유다. 민간인까지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며 세계 기독교인이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떠올리는 성도들에게 도움이 될 신간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SFC)는 기독교 평화론의 역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교회사 대가인 이상규 고신대 명예교수가 저술했다. 만군(萬軍)의 여호와 표현의 구약에서부터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담은 신약까지 성경을 먼저 일별한다. 이어 초기 기독교의 평화주의, 아우구스티누스의 정당전쟁론(정전론·Just War Theory)을 집중 소개한다. 정전론은 다른 악과 마찬가지로 인간 죄의 결과가 전쟁이며 지상에서 온전한 평화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방어를 위한 최후 수단으로서 전쟁을 할 경우 무기를 들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책은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무스, 마르틴 루터, 울리히 츠빙글리, 장 칼뱅 등 종교개혁자의 평화에 대한 이해, 재세례파와 평화주의, 이마누엘 칸트의 영구 평화론과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기독교 현실주의까지 다룬다.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과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 함석헌 선생의 반전 평화주의까지 균형 있게 서술한다.

대학에서 배우는 국제정치학의 평화론과 교회에서 듣는 기독교 평화론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유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샬롬’(평화)으로 인사를 나누는 그리스도인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란 예수님 산상수훈 말씀이 해답이다. 이 교수는 “어떤 형태이든 침략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평화는 전쟁을 통해 이룩될 수 없다”고 결론 낸다.


‘한반도發 평화학’(박영사)은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의 저작이다. 남서울교회 장로로 사회학 전공자인 김 교수는 기독교 평화론의 기초 위에서 한반도에 적용 가능한 평화론을 말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이보다 더 해결이 어려워 보이는 남북 관계, 이미 전쟁을 통해 수백만 살상을 경험했고 지금도 핵 위협 아래서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 어떻게 하면 평화를 이룰 것인가를 담은 책이다. 김 교수는 힘의 균형과 함께 대화의 지속을 힘주어 말한다.

“평화가 실현되지 않는 대부분 이유는 평화를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안보 불안 쏠림 현상 때문이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물리적 힘이 필요하지만,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는 동안 지체하지 않고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및 인도주의 교류를 추진하면서 호혜적 공간을 만들고, 이렇게 형성된 평화의 공간을 활용해 통일평화와 비핵평화의 축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가야 한다.”


‘지리는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맘에드림)는 지정학과 세계 패권에 관한 책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연원은 물론, 미·중 갈등, 유럽의 분열, 중동의 에너지 분쟁 등을 깊이 들여다본다.

저자는 교과서 집필 경력의 현직 고교 교사인 옥성일씨다. 유라시아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 그 속에서 분리주의 독립운동을 했던 체첸 공화국을 놓고 민간인 희생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 폭격으로 영웅이 되어 대통령에 당선된 블라디미르 푸틴 등을 입체적으로 살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