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니켈 가격은 하루 만에 44.3%나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니켈 가격 상승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타격을 준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지연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t당 4만2995달러(약 5312만원)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44.3%나 뛰었다. 지난달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77.8% 치솟았고, 전년 대비로 132.5%나 올랐다. 런던금속거래소(LME)는 지난 8일(현지시각) 니켈 가격이 장중 한 때 t당 10만 달러를 넘자 거래를 일시 중지하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요는 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생산과 물류에 차질이 생긴 게 원인이다. 여기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니켈 공급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폭등 흐름을 타고 있다. 코발트 가격은 t당 7만9000달러(약 9760만원)로 전년 대비 50% 이상 올랐다. 구리, 알루미늄 등도 급등세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는 전기차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이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를 사용한다. 특히 니켈은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원료다. 원자재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비용의 70~80%를 차지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도 같이 상승하고 결국 전기차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배터리 소재 원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전기차 판매가격 인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테슬라가 내세운 ‘저렴한 전기차’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전기차의 광범위한 도입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