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물에서 놀다 왔지만 김광현의 거침없는 언변은 여전했다. “형들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반협박처럼 꼬셨다”거나 “지난해 시즌 초반 잘하다가 가을에 성적이 떨어지는 걸 보고 ‘내가 없어서 그런가’ 생각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광현은 9일 SSG 랜더스 구단을 통해 전해온 일문일답에서 “SSG 랜더스가 우승하는 그날을 기대하며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면서 우승 열망부터 드러냈다. 그는 랜더스 유니폼에 예전 등번호 29번을 달고 복귀한 데 대해 “고향팀이기 때문에 많은 것이 친숙한데, 랜더스 유니폼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랜더스 구단에 대해선 “확실히 세련돼진 것 같다. KBO리그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선두 구단다운 모습이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제의를 거절하고 KBO에 복귀한 이유로는 우승에 대한 열망과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우승을 하려면 네가 필요하다’는 말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랜더스가 우승하는 모습을 그려봤는데, 상상해보니 감동적이었다”며 “그 청사진이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거로서 오원석 김건우 등 ‘김광현 키즈’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겠다며 “잔소리는 줄이고 포인트만 콕콕 집어서 가르쳐줄 수 있는 족집게 강사 같은 선배가 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미국에서 뛰며 얻은 것으로는 선수들의 자세와 팬서비스,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도 차이가 있겠지만, 생각 자체가 많이 다른 것 같다. 20대 초중반 선수들도 ‘어떻게 하면 야구가 인기가 많아질까’를 늘 고민하고 노력한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데, 개인들이 스스로 많이 생각하더라. 생각이 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 대한 말과 행동, 서비스 등) 팬 서비스가 ‘한국과 많이 다르구나’ 생각했다. 프런트를 포함해 선수들도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