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정도 직장에 다니다 그만두고 장사를 하려고 포항의 매형을 찾아 갔다. 일을 하기 전에 잠시 택시운전을 하다가 처음 도박을 배웠다. 기사들끼리 푼돈으로 하던 도박에 점점 재미를 붙이는 사이에 판돈은 점점 커졌다. 어느새 일까지 제쳐놓고 밤을 새며 빠져들었고 절제할 수 없는 사이에 전문 도박꾼들과 어울리다 장사 준비자금까지 잃었다. 그들과의 게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본전만 찾으면’ 했지만 올가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더 이상 도박으로는 회복할 수 없어 직접 도박장을 차렸다. 쉽게 본전을 찾았고 거액을 벌었다. 쉽게 돈이 들어오자 다시 도박과 유흥비로 탕진하며 세상을 즐겼다. 두 살 아들과 다섯 살 딸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도 모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했지만, 늘 단속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다 몇 차례 신고로 경찰조서를 받는 사이에 몸과 마음은 완전히 피폐해졌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고, 이렇게 폐인 같이 살 바에는 차라리 아내를 위하겠다는 생각에 이혼을 했다.
‘내가 더 살아서 뭐하냐? 이럴 바에는 굵고 짧게 사는 게 낫다!’ 머릿속엔 온통 자살 생각뿐이었다. 수시로 영화나 TV에서 봤던 자살 장면이 떠올랐다. 어느 새벽에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고 포항에서 동해안 망향휴게소까지 구불구불한 길을 타이어 타는 끽끽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달렸다. ‘망향휴게소에 낭떠러지가 있으니, 거기서 죽어라!’ 누군가 내 귀에 장소까지도 정확하게 알려 주었다. 속도를 내어 낭떠러지로 떨어지려는 순간, 퍼뜩 가족들 얼굴이 떠올라 핸들을 돌렸다. 몇 번 반복하는 사이에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인생 최대의 결단으로 재혼을 하고 도박장도 정리했다. 그런데 한번 걸린 족쇄는 쉽게 빠져 나올 수 없었다. 도박꾼들의 계속되는 연락에 다시 도박판에 들어섰다. 결국 숟가락 하나 없이 모든 돈을 탕진하고, 포항을 떠나 아내가 선택한, 아무 연고가 없는 춘천으로 이사를 했다. 아내의 선택은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이었다. 아내는 시장 근처에서 가게를 시작했지만, 당뇨 합병증으로 장사를 계속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내가 막노동에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귀가 길에 도박 채무로 경찰에 검거되어 대구 교도소에 들어갔다.
건강이 악화된 아내가 입원해 있을 때, 병실에서 춘천한마음교회에 다니는 어느 자매님을 만났다. 모태신앙이었지만 오랫동안 주님 곁을 떠나 있었던 아내가 자매에게 부활의 복음을 받은 것이다. 교도소 영상으로 아내와 화상면회를 했을 때 너무 놀랐다. 초췌한 환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해 같이 빛나는 아내는 내 아내의 모습이 아니었다. 1년간의 힘든 복역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춘천에 갔다. 그런데 지하 단칸방에서 나를 맞는 아내의 비참하게 사는 모습에 마음이 무너져 내려 다시 포항으로 가려고 준비했다. 그때, 병원에서 만났다는 분들이 갑자기 찾아왔다. 그들은 천사였다. 속고 속이는 사람들만 보았는데 너무나 해맑고 가식이 없는 그 모습에 내 마음이 활짝 열려 교회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바로 등록을 했다.
열심히 작은교회 예배를 드리며 막노동 인력회사에 들어가 일을 했다. 하루 일을 마치고 과일을 사들고 예배를 드리러 갈 때에 처음으로 내가 사람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교회 성도가 운영하는 학원의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아내의 건강이 악화돼 직장생활과 간병에 정신없었지만, 교회 분들과의 삶은 큰 기쁨이었다. 내 과거도 지금의 상황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으로 받아주는 분들. 생전 처음으로 영원한 하늘가족 공동체와 함께 천국의 삶을 누렸다. 아내는 힘든 몸에도 기쁨을 잃지 않고 병실 안에서 예수님을 전하다가 주님 품에 안겼고, 장례식은 천국의 소망으로 가득한 기쁨의 축제였다.
아내가 떠나자 나도 예수님을 만나 아내의 길을 가리라 결단을 했다. 도박, 자살 시도, 이혼 등 내 인생을 망쳐버린 악몽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생각하지 않아도 선명했다. 도박이 내 인생을 망친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되어 살아왔던 죄 때문이었다. 나는 49년 동안 내가 주인 되었던 죄를 회개하고 주님 앞에 굴복했다.
‘전능자가 이 땅에 오셨다 가셨는데 그냥 가셨겠느냐?’는 목사님의 말씀처럼, 죄 문제, 죽음문제까지 해결해 주시고 거듭난 삶을 살게 해 주신 하나님이 너무 감사했다. 나처럼 복음을 몰라 눌리고 포로 된 자를 자유하게 하는 것, 그 분명한 내 삶의 목적을 위해 학원차 운전을 하며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죽었어도 벌써 몇 번 죽었어야 될 목숨, 도박으로 쫄딱 망한 인생이었지만, 지금은 부활의 복음으로 대박 난 역전의 삶을 살아간다. 주님이 주신 사명, 나 같은 어둠에 있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오늘도 모든 삶을 드린다.
이동규 성도